감정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by 래온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때로는 내 마음의 대부분을 그에게 내어주는 일이다.

관계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지금 이만큼의 감정을 쏟아도 괜찮을까,

혹시 나만 너무 앞서 있는 건 아닐까.

내 감정이 100이라면, 상대는 10만큼만 돌아오는 것 같을 때,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갈수록, 감정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꺼내 보이려 한다.

하지만 마음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내 진심이 온전히 닿기를 바라는 마음의 조절이 쉽지 않다. 상대가 내 마음을 다 알아주지 않을 때, 혹은 기대가 저버려질 때마다 나는 상처를 받고, 서운함이 쌓인다. 때로는 내 감정을 숨기고 연기하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 얼마나 서운한지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의 일부는 늘 미처 전해지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관계란 결국 기대와 실망, 서운함과 오해의 반복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겪을 때마다 여전히 낯설고 버겁다.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기대한 바가 있기 때문이고,

그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작은 금이 간다. 그래서 나는 자주 고민한다.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걸까, 혹은 나만 너무 앞서 가는 건 아닐까. 감정의 크기를 조절하지 못해, 결국 내 사랑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마는 순간도 있다.


이별을 예감하는 순간, 관계의 끝이 점점 다가올 때, 나는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곧 끝이 나기를, 이대로 무뎌지기를 바랄 때도 있다.

관계에 매달리다 스스로 지쳐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버틴다.

그러나 관계란 결국 거리두기의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고, 각자의 마음을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는 것.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나도 상대도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배워간다.


가끔은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상대방에게 나의 불안과 서운함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오해와 침묵의 벽을 허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아직도 앞으로도 서툴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내 감정의 크기만큼,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려 애쓴다.

언젠가는, 서로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관계는 늘 쉽지 않다.

감정의 총량을 조절하는 법, 기대와 실망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법을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 그리고 상대의 속도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감정만큼, 상대방을 이해해보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모든 관계의 경험들이 나를 조금 더 넓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사랑은 어쩌면, 끝을 알고도 시작하는 용기.

그리고 그 끝을 받아들이는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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