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머리로는 수없이 이해해왔던 문장이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선 그것이 유난히 낯설고도 아프게 다가온다. 끝이라는 말은 늘 정리와 단절을 동반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감정의 찌꺼기를 마주하게 된다. 끝끝내 미련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것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으며 한켠에 밀어두었던 마음들이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실현의 기대를 품고 붙잡고 있던 주식을 손절하던 순간이 그랬다. 숫자 몇 개의 변화일 뿐인데, 그 안에는 나의 욕심과 희망, 그리고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실패가 함께 들어 있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은 단순했지만, 그 뒤에 남는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이라는 가정은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나는 그 가정 속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정리하는 순간 홀가분해졌다.
사랑도 다르지 않았다. 영원할 것처럼 믿었던 관계가 끝내 이별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던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끝이라는 것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을. 다만 내가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사라질 것이 아니었고, 놓아준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자리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었다.
이렇게 삶의 크고 작은 끝들을 지나오며 문득 느낀다. 아픔만 계속되지도, 즐거움만 계속되지도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감정은 늘 흐르고,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때로 무너지고, 때로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무난히 지나간다. 누군가에겐 지루할 수 있는 이 평범함이, 나에게는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큰 기쁨도, 큰 슬픔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이제는 안다. 예전에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했고, 더 나은 결과를 갈망했다. 하지만 그 갈망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잃어버린 것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이미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존재하지만, 그 부족함이 나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가지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끝을 받아들이는 일은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리 정리와도 같다. 불필요한 미련을 덜어내고, 비워낸 자리만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연습한다. 끝을 끝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그 이후를 담담히 살아가는 일. 갈망보다는 현재를, 결핍보다는 충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렇게 조금씩, 나의 삶을 나답게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