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소심한 내적 갈등

by 아르테르

2호선 지하철 안에서 여학생과 마주 앉았다.

햇살이 여학생의 화사한 얼굴을 더 밝게 비추고 있었다


여학생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셀카 찍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앳된 모습과 잘 어울리게 화장해서 그런지 거부감은 없었지만, 화장을 안 해도 어른들 시선으로 볼 때는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아이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당황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하철 구간이 짧은 열차이고 낮이라 승객이 많이 없었다. 여학생이 앉은 라인에 승객 한 명 내가 앉은 라인 끝자리에 한 명이 앉아 있었지만 졸고 있었다.


난 자리를 옆으로 옮겨 앉았지만, 신경쓰였다. 지하철이 정차하고 승객이 탈 때마다 내 눈동자는 바쁘게 움직였다. 새로 탄 승객이 어디에 앉을지 ‘내 라인에 앉으면 안 되는데’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쪽으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여학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빛으로 입 모양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여학생이 어깨에 둘러멘 가방을 매만질 때마다 안타까웠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말해 줘야 하나? ’ ‘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 ‘ 어떻게 받아들일까? ’ 안타까운 마음만 깊어질 때쯤 종착역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여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접힌 검은색 짧은 청치마를 정돈하고 지하철 문이 열리자 내렸다. 그 여학생 뒤를 따라 내리며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학생 잠깐 할 말이 있는데요” 말을 걸었지만, 여학생이 주변의 소음에 듣지 못한 듯해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 세웠다. “학생 내가 지하철 안에서 학생 맞은편에 앉았는데. 속 옷이 살짝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앉을 때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여학생의 발그레한 볼이 더욱 발그레해지며 “감사합니다” 하면서 돌아서는 여학생 어깨를 토닥여주며 우리 막내 딸 같아서 말해주는 거라며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내가 잘한 것일까? 아무도 본 사람 없이 지나간 일인데 괜히 말해서 여학생 기분을 망친 건 아닐까?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만약, 승객이 많았다면 내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더라면

소심하기만 한 난.... 어떻게 했을까?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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