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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Jun 28. 2023

카이로스와 네피림

당신 눈에 비친 현실은 무엇인가?

가나안의 열두 정탐꾼


12명의 가나안 정탐꾼


성경에 12명의 가나안 정탐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스라엘 민족들이 가나안이라는 축복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적군에 동태를 살피려 12명의 정탐꾼을 보내며 생긴 일화이다.


당시 가나안에는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이 살고 있었고 12명 중 10명의 정탐꾼들은 이 네피림을 보며 이들과 싸우면 우린 무조건 죽을 것이기에 이 땅을 넘봐선 안된다고 했다.


거기서 우리가 거인들에게 나온 아낙의 아들들 곧 거인들을 보았는데 우리 스스로 보기에도 우리가 메뚜기 같았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 하니라. - 민수기 13:33


가나안에 거주하던 거인족 '네피림'


그러나 이들 중 단 2명은 당시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모세에게 전혀 다른 보고를 했다.


우린 그곳에서 '기회'를 보았고 우린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 여호수아, 갈렙


여호수아와 갈렙, 이 두 명의 눈에 비친 것은 네피림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기회였던 것이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


기회의 신 '카이로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기회를 '카이로스'라는 신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이라기엔 언뜻 보기에도 원형탈모에 발에 날개가 달린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가 하는 자신의 소개를 들어보면 이런 깊은 뜻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나의 앞머리가 긴 이유는

다가왔을 때 모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며,

알아차린 이들은 쉽게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나의 뒷머리가 없는 이유는

놓치고 나면 다시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들고 있는 저울은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함이요,


내가 들고 있는 칼은

칼날을 휘두르듯 빠른 결단을 내려 실행하기 위함이다.


내 발과 어깨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그대들의 눈앞에서 사라지기 위함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네피림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식인 거인족, 네피림은 없어졌다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직장과 사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대다수는 2023년 지금도, 오늘 자신만의 네피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것 들이다.


"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같은 게 유튜브 올려도 아무도 안 볼걸? "


" 개인 컨설팅 사업? 그거 돈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엄청 고생해. 주말도 없이 뛰어야 한다던데? "


" 요식업은 하는 게 아니야. 지금은 플랫폼 사업 아니면 안 돼 "


" 플랫폼은 독점 사업이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


" 부동산? 원수 아니면 권하지 말아야지. 인구 감소에 저성장에.. "


그들에게 네피림은

나보다 잘난 네이버와 유튜브의 인플루언서이며,

희생을 요구하는 헌신이며,

시장의 흐름인 메가트렌드이며,

사업의 특성이며,

경제/사회 전망이자 문제점이다.


그리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으로 보이는

변명이다.




카이로스를 보는 소수의 사람들


가끔 드물게 '기회(카이로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대단한 사람은 많지만 너라는 사람은 하나야.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당연히 있을 거야 "


" 의미 없는 시간을 편하게 보내기보단 힘들더라도 내 시간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좋아 "


" 업종은 사업 성패의 본질이 될 수 없어 "


" 사업의 특성도 성공과 실패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야 "


" 기회는 언제나 있어. 특히 지금처럼 모두가 두려워하는 시기엔 더욱더 "

 

그들에게 카이로스는

실패해도 일어나면 된다는 배짱이며,

오늘의 헌신이 끝없는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며,

사업 성패의 본질과 책임이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이며,

자산의 가치와 시장꿰뚫어 보는 눈이며 빠르게 실행하는 결단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궤변 같은 

진실이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 시간 속에 당신의 눈에 비친 존재는 네피림 인가, 카이로스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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