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되지 마라, 거짓 선지자의 예언
눈치 채셨나요? 위에 두개 뉴스는 거래량의 증가와 감소라는 전혀 반대의 현상을 가지고 '집 값 하락'이라는 동일한 전망을 이끌어낸 가상의 부동산 뉴스 기사입니다. 거래량이 집값을 좌지우지 한다는 거짓 논리를 비꼬기 위해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5분만에 뚝딱뚝딱 만들어낸 가상의 뉴스기사죠.
가상기사라곤 실제 발행된 기사를 기반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실 겁니다. 4년 전인 2018년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거래량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일부 언론과 폭락론자들은 양도세 중과세를 앞두고 급매가 증가했기 때문에 집값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는 글과 부동산 컨텐츠를 계속 만들어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히 3개월 이후인 2018년 6월, 이번엔 서울의 거래량이 3월 거래량에 반도 못미치는 수치를 기록했고 기사에서는 매물은 늘어나는데 오른 집값을 받아줄 사람은 없고, 집살 사람은 이미 다 사서 매수세가 실종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3개월 전과는 정반대의 이유로 집 값이 대세하락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죠. 거래량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해석할 제량이 없었기 때문에 '집 값 하락'이라는 결론에 맞춰 기사를 적은 것입니다.
거래량은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요동치며 오르고 내립니다. 반면 집값은 3개월만에 갑자기 내렸다가 갑자기 오르는 주식과 다릅니다. 집값이 내릴 것 같다고 살고있는 집을 갑자기 팔고 전세나 월세를 얻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심한 거래량의 추이를 더쉽게 나타내고자 추세선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집 값이 오르고 내리는 방향과 거래량의 증감추이에서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06년부터 '08년까지는 거래량이 줄어들 때 집값이 오르더니 '09년부터는 거래량과 함께 집값도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12년부터 '17년까지 거래량과 집값은 모두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가도 '18년부터는 언제그랬냐는 듯 두 지표는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16 년간 집값과 거래량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거래량과 집값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원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원인은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많고 집을 팔려는 사람도 많다면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이죠. 반대로 집 값이 오를것이란 기대감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줄거나, 집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집을 살려는 사람이 하나둘 없어지면 거래량도 함께 줄어듭니다. 상황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하는 고무줄 처럼 거래량도 시장에 참여자들의 심리에 따라 출렁거리는 것이죠.
집값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원인은 화폐유동성과 지역별 수요-공급입니다. 종이돈을 마구 찍어 낼 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수록 부동산의 가치는 오릅니다. 집 값은 부동산 정책에 따라서, 금리에 따라서, 단기 조정에 따른 급매물 출현에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의 심리처럼 단기간에 큰폭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부동산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처럼 없어도 되는 투자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식주 중 하나인 필수재 입니다. 집 값이 잠시 흔들린다고 너도나도 집을 팔고 세입자가 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집팔고 세입자로 살면 되지 않냐고요? 부동산은 한번의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이 큽니다. 일주택자를 기준으로해도 집을 팔때 내야하는 양도소득세와 중개비용, 법무사 선임비용 등 작지 않은 돈이 집을 팔때 들어갑니다. 전세나 월세로 집을 찾을 때도, 직거래가 아니라면 중개비용이 또 들어가고 수리가 필요한 집은 이사비용 뿐 아니라 수리비용도 들어가죠. 집값이 오를것 같아 다시 집을 살때는 팔때와 마찬가지로 중개비용 등의 거래에 필요한 돈이 다시 들고 취득세도 내야합니다. "집값 내려갈때 팔았다가 오를때 다시 사면 되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부동산 매매 거래를 많이 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래에 수반되는 손해를 고려하면 팔지않고 내 집에서 그냥 사는게 옳은 선택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거래량만으론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거래량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표는 아닙니다. 거래량은 단기조정국면에서 대세상승 시장으로 접어드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좋은 지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죠.
현재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집 값이 많이 올랐다', '살인적인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이다', ' 경제위기가 오고있다' 라는 추측과 심리적인 이유로 조정되고 있는 중 입니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집 값이 오르고 내리는 본질적인 원인이 되지 못합니다. 진짜 위험한 시그널이 왔을때는 별도의 글로 다시한번 시장을 돌아보는 글을 발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기에 단기 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값하락이 장기 하락 국면이 아닌 단기 조정이라고 판단될 때, 거래량은 부동산 투자지표로서 그 빛을 발휘합니다.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의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쌓여있던 매물이 한꺼번에 소화되며 거래량이 살아나는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2019년 상반기처럼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집값이 오를 것 입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매물이 없어지며 거래량이 반등하는 시기, 이때가 바로 매수를 놓쳐서는 안되는 매수 타이밍입니다. 압구정, 반포, 한남, 성수, 여의도는 현재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기에 쌓여있는 매물도 없고 거래량을 확인해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잠실과 같이 입지는 우수하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흔들려 저가 매물이 많이 쌓인 지역에선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죠. 만약 침체되어 있는 서울의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한다면 이렇게 입지가 준수한 지역부터 살아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