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22

'눈이 오는 날'

by hjc letter

오늘은 눈과 비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 여느 때와 같이 약간 진눈깨비 같은 그런 느낌을 생각하고 우산을 챙겨 일을 갔다.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나오자마자 눈이 생각보다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근데 생각했던 눈이 아니라 정말 영화에 나오는 입자가 선명한 눈처럼, 흔히 그림이나 사진 속에서 표현하는 정말 동그란 눈의 형태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사실 바람도 꽤 불었기 때문에 눈이 눈을 가려서 눈 뜨기도 힘들었다. 근데 뭐랄까, 갑자기 눈이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싶어졌다.


눈이 눈을 막는 상황에서 힘들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정말 그 순간에 하늘이 진짜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끝없이 펼쳐져서 그 안에서 누가 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눈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영화 안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슬로 모션을 걸은 것처럼, 그 입자 하나가 되게 크게 내 눈에 떨어졌다. 자체 슬로 모션처럼. 기분이 좋았다. 모자를 쓰거나 앞이 잘 안 보이니까 기분이 안 좋아질 법도 한데... 톡 무언가가 내려앉는 느낌, 동화 같았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 서는 희극, 눈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그냥 지나쳐왔던 모든 것에 유독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내 인생의 의미 역시 찾고 싶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눈을 보며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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