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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MUZN Jun 03. 2024

드라마 리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초능력 가족이 은유하는 현대 가족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요즘 논문도 쓰고, 강의도 하고, 드라마랑 영화도 보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라는 드라마를 소개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어요.

다들 '선재업고튀어' 다 보셨으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라는 드라마에 관심 가져 주세요�

저는 한동안 '선재업고튀어'에 미쳐있었는데(선재야 가지 마),

끝나고 나서 이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보면서 위로받고 있어요.


저는 인간과 삶을 사랑스럽게 조망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합니다.

'선재업고튀어'는 당연히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너무 순수한 사랑을 하는 드라마였기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어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인물들은 '선업튀' 인물들과 다른 방향으로 사랑스러운데요.

각자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상처받을지언정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판타지 드라마인데, 그 판타지로 현실을 은유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각 인물들의 초능력이 현실의 한 측면들을 담당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1) 예지몽을 꾸는 엄마 (고두심 배우님)

출처: JTBC

드라마 속에서 엄마는 예지몽을 꿀 수 있고, 그래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엄마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본 미래대로 될 것이니, 어떤 것을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예지몽이라는 초능력은 절대적이기에 다들 그 명령을 따르긴 하지만, 가족들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명령이 되기도 하기에 가족들이 불행해지기도 하죠. 그리고 예지몽으로 가족들이 자신이 모르는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은 엄마에게 비밀을 만들 수가 없고, 엄마의 손바닥 위에서 통제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꿈'이라고 하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엄마가 잠을 자며 꾸는 '꿈'을 의미할 수도 있고, 엄마가 소망하는 혹은 목표하는 '미래'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속 예지몽을 꾸는 엄마는, 현실에서 ‘내가 살아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라고 미래를 단정하며 자식들을 통제하는 엄마를 표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얼마 전에 잔소리와 말대꾸를 고찰하는 EBS 다큐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많은 부모들이 마치 예지몽을 꾸는 초능력이 있는 것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통제를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은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슬퍼지지만,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두렵기도 한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에 완전히 벗어나지도 완전히 속하지도 못한 채로 자신감 없고 불안한 사람이 되어갔어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드라마 속 자식들과 손녀들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2)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손녀 (박소이 배우)


박소이 배우가 열연하고 있는 초능력 가족의 손녀, '복이나'는 눈을 보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생각도 읽을 수 있고, 현재 생각이 아니라도 깊은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사람들이 숨긴 악의까지 읽어버리는 바람에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걸어잠구게 됩니다. 특히 엄마의 마음을 읽었던 날, 엄마가 내가 태어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오해하고, 그 오해의 시작으로 엄마가 죽게 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고 있어요.


복이나 역할의 심리상태는 현실에서 부모님의 사소한 행동에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을 은유합니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나이에도, 부모님의 관계와 분위기, 나를 향한 애정 등을 읽고 느낍니다. 많은 부모가 ‘네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분위기를 풍기거나 말로 내뱉기까지 하고, 그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보고 그렇게 믿게 됩니다.


'엄마는,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를 원하지 않아.'


부모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아이는 가족 바깥의 타인들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다가가기가 힘들고, 다가온 친구가 생기면 나의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에 자신을 맞춰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는 사랑받고 싶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서 밀어내기도 합니다.  


눈치 보고, 타인의 감정에만 반응해 주려고 노력하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은 모르는 사람으로 자랍니다. 복이나에게 너의 감정은 어떻냐고 묻자, 거울 속 나의 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나의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웁니다. 자신의 감정을 봐줄 부모님이 없었기에, 부모님의 감정은 잘 아는 아이지만 자신의 감정은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린 거죠.




이제 단 2화만 남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정재형 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셔서 OST도 감각적이고 어디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모든 인물들을 분석하지는 않았는데,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분석은 드라마가 끝나면 또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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