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

3단원 수업을 준비하며

by 메리조이
Gemini_Generated_Image_fuups6fuups6fuup.png google Gemini


3단원 강연에는 익숙하고도 낯선 단어가 나온다.

‘1차적 사고’와 ‘2차적 사고’

1차적 사고란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을 바탕으로 일어난 생각을 말한다.

2차적 사고란 1차적 사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내가 하는 이 생각이 정말 옳은 것일까?’라고 자문하며 사고를 진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 생각을 다 옳고 좋게 여긴다. 하지만 내 생각을 뒤집어보고 아래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뜯어보면서 자세히 보면, 어떤 생각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사실이 아닌 오류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차적 사고’를 설명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기자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담당했던 칼럼에 오류가 발견되어, 책을 전량 회수했던 적이 있었다. 책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한 사람은 사장님이었다. 사장님은 즉시 담당자를 소집해 한바탕 호통을 치셨다. 벌렁거리는 가슴속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

‘나 하나 때문에 이런 손해를 보다니’

‘이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겠다’

‘내가 그만두는 게 맞지’

그날, 나는 긴 휴일을 맞아 고향을 내려가려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괴로운 밤을 보냈다. 다음날 사장님은 모두를 다시 불러 모았다. 잔뜩 긴장하고 회사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온화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이 일이 절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일을 통해서 우리 책이 훨씬 더 좋아질 거예요. 수많은 독자에게 소망과 희망을 주는 책이 될 겁니다. 이제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불러모았던 이유는 혼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편집부 팀만으로는 수많은 책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하셨는지 관련 부서 팀원들을 모두 불러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고 부탁하셨다.

솔직히 처음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그다음 날도 모래도 글피도 같은 메시지를 강조하셨다. 이 기회가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고’ 계셨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재인쇄하기 위해 인쇄소 사장과 직접 미팅을 하고, 추가 작업을 할 때면 손을 함께 더해주시고, 간식을 챙겨주셨다. 그리고 그 후로 우리 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주 우리 부서에 들러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 했다.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은 고되고 힘들었다. 내가 사장님이었다면 그 과정마다 문제를 일으킨 사원을 탓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을 텐데 사장님은 첫날 이후론 인상 한번 찌푸리질 않으셨다.

도망칠 생각만 했던 나였는데, 사장님을 보면서 ‘퇴사’에 대한 이야기는 고이 접어두기로 했다. 적어도 이 일로 그만두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떠올려보니 내가 기자 일을 하며 가장 열정적으로, 재미를 느끼며 일하던 시절이 그때였던 것 같다.)

사장님은 앞서 말한 ‘2차적 사고’를 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멋졌고, 닮고 싶었다.

‘나도 감정대로만 살고 싶지 않아. 부끄러워서, 부담스러워서 이 일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그 생각은 내려놓자. 잘못했으니 혼도 나고, 고생도 좀 하자. 그리고 배우자. 나도 저분처럼 좀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분 덕분에 나도 2차적인 사고를 해볼 수 있었다. 염려한 대로 잘못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좀 부끄럽고, 눈치도 보이고, 주눅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름 참을만했다. 수군대던 사람들도 금방 그 일을 잊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분명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또한, 사장님의 말처럼 그 일을 계기로 팀원들이 단합되고 책 내용이 더 좋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 2차적인 사고에 대해 ‘말’로 열심히 설명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2차적 사고를 배우기 위한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그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는 것이라고.

가능하다면 아주 많이 자주 말이다.

‘좋은’ 마음을 진하게 만나면, 저도 모르게 물이 든다.

나와 강연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그런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닿기를 바란다.

좋은 마음에 너도나도 물들게 되면

어른이 된 나도 대책 없이 따뜻한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전 02화행복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