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왜 생겨났을까?
최근 저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가 겪은 일입니다.
본인의 집을 세 놓기 위해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를 의뢰했는데, 집을 보러 온 방문자가 “이런 집에 이런 보증금이면 전세 사기 아니냐”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직원은 기존 세입자가 살던 보증금 그대로 내놓았을 뿐인데, 전세가격이 하락한 탓에 순식간에 ‘전세 사기범’으로 몰린 것입니다.
이 일화를 들으며, 이제 ‘전세 사기’라는 단어가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둘러싼 사기는 이미 2000년대부터 존재했습니다.
전세계약 체결 직후 임대인이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을 상실시키거나, 동일 주택을 이중으로 임대해 보증금을 편취하고 잠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를 ‘전세 사기’라는 별도의 범죄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2022년 여름, 수도권 일대에서 다수의 신축 빌라를 보유한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잠적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소위 ‘빌라왕’, ‘전세왕’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6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피해자의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LH 등 공공기관이 피해주택을 매입하거나 재임대를 통해 거주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전세 사기도 결국 사기죄의 한 유형입니다.
즉,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계약 체결 당시부터 반환 불능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즉 ‘처음부터 돌려줄 의사가 없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계약 당시에는 충분히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2~4년 후 부동산 시세 하락으로 보증금 조달이 어려워진 경우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형사상 전세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전세사기의 다수는 이른바 깡통 전세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빌라의 시가가 2억 원인데, 이미 1억6천만 원 상당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면,
사실상 경매 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택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실질 가치는 텅 빈 ‘깡통’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구조를 알지 못한 채 전세 1억 원을 주고 입주한 세입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사실상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힘들게 모은 돈과 대출로 전세에 입주한 서민층이 많습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현실은 비극적입니다.
깡통 전세의 문제는 단순히 임대인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경기 하락, 중개인의 정보 비대칭, 세입자의 법률 이해 부족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① 시세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② 일부 중개인은 주택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며,
③ 세입자 역시 등기부 확인이나 전세권 설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결국, 법적·제도적 허점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중개인은 무엇을 고지해야 하는지,
세입자는 어떤 서류를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부동산 가치 하락 국면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책은 무엇인지,
법률가의 시선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김상수 변호사 | 법무법인 선린
부동산·민사 전문변호사
“현실과 법의 간극을 줄이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