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인중개사를 믿어야 할까

김상수 변호사 | 법무법인 선린

by 김상수 변호사


1. 전세사기,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2022년을 기점으로 전세사기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 확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 그리고 전셋값 하락이 맞물리며 ‘깡통전세’가 속출했습니다.


또한 전세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도 있습니다. 주택 매매가에 근접한 금액을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지급하면서, 임대인은 자기자본 없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주택이 속출하면서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깡통전세의 구조적 원인을 잘 설명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문제의 본질은 ‘공인중개사의 배신’


실제 상담 사례를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공인중개사가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한 경우였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등기부를 발급하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작성하며, 근저당권 설정 사실도 기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주택의 시세, 선순위 임차보증금,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종합했을 때 보증금 회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심지어 ‘괜찮다’며 세입자를 안심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는 이러한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로는 경매 절차에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중개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설명 의무를 회피하는 구조가 문제의 근본입니다.



3. 실무상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


빌라, 다세대주택, 원룸과 같은 주택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주로 임차합니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해, 공인중개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개인은 계약서, 등기부, 확인설명서를 보여주지만, 세입자는 대부분 구두로 듣는 설명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새 세입자가 더 높은 보증금을 내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얼어붙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임대인은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때 세입자들은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개사는 일관되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등기부와 설명서만 제시합니다. 세입자의 구두진술만으로는 법원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4. 세입자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


전세사기 피해 소송에서 자주 다뤄지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① 공인중개사가 허위 정보를 제공했는가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회수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개인은 “이 정도 근저당이면 문제 없다”거나 “임대인이 자산이 많다”는 등의 설명으로 계약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단순한 의견제시’로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중개사의 법적 의무에 포함되는가

공인중개사법에는 이에 대한 명시 규정이 없습니다. 결국 법적 공백 속에서 피해자들은 보호받기 어렵고, 중개사는 “법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5.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위해


전세사기는 단순한 시장 불황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신뢰 붕괴의 문제입니다.

세입자가 법률적 지식 없이 부동산 전문가를 신뢰했다가, 그 신뢰가 배신으로 돌아오는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단순한 계약 중개인이 아니라, 세입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공인중개사가 다시 ‘신뢰의 직업’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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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변호사 | 법무법인 선린

부동산사기, 전세사기, 깡통전세 관련 상담은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피해가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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