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와 체결한 보증계약의 보증기간이 지나 해지 통보가 이루어진 사안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임차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던 판례를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슷한 사실관계임에도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
인천지방법원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동일한 법적 구조 속에서도 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임차인이 실제로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차계약 체결
임차인은 2021년 7월, 임대인과 보증금 1억 4,500만 원,
계약 기간 2021. 9. 3. ~ 2023. 9. 3.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습니다.
2. 허그 보증가입
임차인은 해당 계약을 기준으로
보증기간이 2021. 9. 3. ~ 2023. 10. 2.까지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계약을 체결합니다.
3. 묵시적 갱신 발생
계약 만료일까지 갱신거절 통지가 없었고,
임대차는 동일 조건으로 자동 갱신됩니다.
4. 계약 해지 통보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임차인은 법원을 통해 공시송달 방식으로 해지를 통보했고,
해지 효력은 2024년 1월 31일 발생했습니다.
5. 보증금 미반환 → 보증이행 청구
임대차 종료 이후에도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고,
임차인은 허그에 보증이행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합니다.
이후 임차인은 허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허그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시점에는 이미 보증기간이 지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보증기간 내에 발생한 보증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보증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허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기간이 이미 지난 상태에서 해지 효력이 발생했다
보증계약에서 정한 보증기간(2023. 10. 2.)이 이미 만료된 뒤
임대차 해지 효력(2024. 1. 31.)이 발생했기 때문에
약관 기준상 ‘보증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의칙 위반 주장 불인정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을 이유로 보증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보증기간이 지난 후 발생한 해지 → 보증사고 아님 → 허그의 책임 없음”
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안은 1심 판결이 항소 없이 확정되었지만,
그 결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허그의 설립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과 주거복지 증진’이며,
현행 법령과 정책 역시 임차인 보호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정책적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유사한 사안에서
허그가 “묵시적 갱신 시 보증책임 배제”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차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사실관계인데도 왜 결론이 갈릴까요?
그 이유는 민사소송의 ‘변론주의’ 원칙 때문입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한 주장과 증거 범위 내에서만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즉, 설령 법적 구조가 동일하더라도,
임차인이 어떤 사실을 어떻게 주장했는지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리한 논리를 제출하느냐,
약관의 적용 방식에 대해 얼마나 정교하게 다투느냐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임대차보증금 반환 분쟁은
약관 해석, 묵시적 갱신 규정, 보증사고 발생 시점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건입니다.
미묘한 주장 하나, 빠진 증거 하나가
승패를 바꿀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나뉜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별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사건일지라도,
어떻게 주장하고 어떤 자료를 제시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상수 변호사 | 법무법인 선린
계약서만큼 중요한 건 ‘질문’입니다.
서류만 믿지 말고, 중개사에게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와 임대 현황을 꼭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