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예술에 선행한다 - 미국식 대중음악의 태동

by 나사

세계 대전 이후 1940년대는 ‘미국식 대중음악’이 태동한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대중음악>의 저자 래리 스타Larry Starr와 크리스토퍼 워터만Christopher Waterman(2015)은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1950년대 중반까지를 미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기로 본다. 전쟁이 끝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번영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대중의 정서와 사회적 변화까지 반영하는 문화적 매개가 되었다.


이른바 올드팝Old Pop이라고 불리는 음악들 대부분이 이 시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니 버넷Tony Bennett, 냇 킹 콜Nat King Cole 등이 이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다.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는 컨트리 음악을 비롯해 1920~1930년대부터 미국 대중음악의 주축을 이뤄온 재즈와 컨트리 음악, 그리고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가 라디오와 주크박스 등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대중적으로 확산했다.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사는 한번에 20분 이상의 음악을 담아낼 수 있는 롱플레이디스크LP를 소개한다. 기존에 주로 유통되던 78rpm 디스크는 고작 3~4분을 담을 수 있었기에 LP의 등장은 음악 유통에서 혁신이었다. 이듬해 컬럼비아 레코드사의 경쟁사인 RCA 빅터사는 7인치 45rpm 싱글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는다. LP는 가수와 작곡가가 하나의 주제나 감정을 중심으로 앨범 전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 창작의 폭을 넓혔다면, 45rpm 싱글은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해 청소년과 중산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음악 소비 구조의 변화를 이끌었다. 누구나 주크박스나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곡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음악은 상류층의 취향을 반영하던 예술에서 대중의 감정과 일상을 대변하는 매체로 바뀌었다. 기존의 미국 음악이 주로 유럽의 발라드나 찬송가에 영향을 받았다면, 이후로는 재즈나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다. 즉, 이 시기 음악 산업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체계 속에서 성장했고, 히트곡 중심의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다. 나아가 음반사는 라디오 방송국과 협력해 ‘히트 차트’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이후 대중음악 산업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당시 유행했던 곡들의 제목들을 보면 시대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데, 대부분 보수적이고 이성애적 사랑을 노래한다. 예컨대 1945년 발매되고 지금까지도 무수히 리메이크 되어 인기 있는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가 처음 부르고 이후 토니 베넷이 재즈 버전으로 재해석해 더욱 인기를 얻게 된 <Cold, Cold Hearts>나 조 스태포드Jo Stafford의 <No Other Love> 등도 1950년대 히트곡으로 꼽힌다.


LP와 45rpm의 등장은 음악을 기술, 자본, 세대가 교차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끌어올렸다. 이 속에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이 움트기 시작했고, 마침내 로큰롤Rock’n Roll을 필두로 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에 등장한다. 젊은이들의 반항과 개성, 일상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표현은 이전 세대가 누리던 음악적 규범과 충돌하며 새로운 문화적 장을 열었다.


<참고 문헌>


스타, L., & 워터먼, C. (2021). 미국 대중음악 (김영대, 조일동, 번역).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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