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노래한다-로큰롤의 등장

by 나사

1950년대 미국에 음악사를 뒤흔든 혁명이 일었다. 인종적 혼종과 세대 갈등의 표출, 로큰롤이다. 로큰롤은 블루스와 재즈, 가스펠, 컨트리 등 기존에 존재했던 장르들을 혼합해 탄생한 음악으로, 락킹 앤 롤링Rocking and Rolling이라는 표현에서 이름을 따왔다. 락킹 앤 롤링은 음악을 느끼며 춤을 추는 행위로, 흑인 R&B에서 사용되던 일종의 속어였다. 즉, 로큰롤은 태동부터 미국 사회의 인종적 혼종성을 체현한 표현이다.


이 새로운 사운드는 음악계의 질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흑인의 R&B’나 ‘미국 시골 백인의 컨트리’라는 장르는 이제 특정 계층이나 지역을 겨냥하는 장르가 아니게 된 것이다. 로큰롤은 멜팅팟에 담겨있던 여러 장르를 한 데 모으는 그릇이자 중심으로, 이 모든 음악들을 주류 팝 시장으로 끌어올렸다. 말하자면, 로큰롤은 새로운 장르라기 보다는 분리되어 있던 여러 음악 전통이 폭발적으로 융합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후 미국의 음악 시장은 TV와 라디오를 비롯해 LP와 45rpm 등 음반 기술의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대중 매체의 확장은 새로운 음악을 빠르게 전파했고, 로큰롤은 곧 청춘의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로큰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음반은 빌 헤일리Bill Haley의 락 어라운드 더 클락Rock Around the Clock으로 꼽힌다. 이 음악은 1955년 도시 청소년의 탈선을 그린 영화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의 오프닝곡으로 삽입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청춘 영화와 로큰롤의 ‘상생’ 관계가 정립됐다.


로큰롤의 주요 팬들은 세계 대전 후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였다. 이들은 195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 세대보다 부유했으며 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했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 인종 갈등의 부상 등으로 당시 청소년기를 겪은 이들은 ‘십대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즉 로큰롤은 보수주의와 냉전에 대한 공포, 그리고 소수를 위한 풍요가 증대되던 시기에 탄생했으며 전세계 젊은이들은 이를 기성 세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정체성 인식은 기성 문화에 반하는 취향을 형성했고, 로큰롤은 이러한 ‘문화 집단’을 타겟팅한 첫 시도였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로큰롤의 대명사인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다. 가난한 남부 출신 백인이었던 그는, 흑인 블루스의 리듬을 백인 청중에게 전달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지금도 여전히 ‘청춘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가 불렀던 노래는 분명하게 청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청년기의 혼란과 반항, 그리고 섹슈얼리티. 니거스(1996)는 당대 음악 평론가들이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해 “청년 특유의 반항과 이성애적 남성성의 전형” 또는 “미국인의 영웅”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결국 로큰롤은 청춘의 목소리를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으며, 동시에 ‘하위문화(subculture)’의 시대를 열었다. 이 흐름은 1960년대 반전운동과 히피문화 등으로 이어지며, 미국 대중음악이 사회적 발언의 장이 되는 기초를 닦았다.


<참고 문헌>


니거스, K. (2005). 대중음악이론: 문화산업론과 반문화론을 넘어서 (송화숙, 윤인영, & 이은진, 역). 마티. (원저 출판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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