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는 문제이지,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전 산업의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Reagenomics라고 불리는 그의 경제 정책은 정부 지출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까지 미국 정부는 항공권 가격에서 석유 생산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통제하는 ‘큰 정부’의 전형이었다. 그런 점에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적 신념은 국가가 주도하던 경제 질서를 시장 중심으로 전환한, 미국 현대사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자유주의 바람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연예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케이블 텔레비전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 대표적 산물이 1981년 출범한 뮤직텔레비전MTV이다. MTV는 엔터 산업의 문법을 완전히 바꾼 혁신이었다. 음악은 이제 듣는 대상에서 '듣고 보는' 것이 됐다.
MTV의 등장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를 대중음악의 중심부로 가져왔다. 마케팅의 핵심 수단이 된 뮤직비디오는 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강력한 장치가 됐고, 그 선두에 마돈나Madonna,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 음반인 <Thriller>는 팝의 역사상 가장 많이 그래미상을 받은 퀸시 존스Quincy Delight Jones Jr.가 협업해 빚어낸 작품이다. 이들은 1980년대 초의 다양한 음악 장르 사이에서 접점을 만들어 내고자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로 비틀스 전 멤버인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함께 <The Girls Is Mine>, 그리고 헤비메탈 그룹 반 헤일런의 멤버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과 <Beat It>을 협업해 장르를 불문한 팬층을 겨냥했다.
특히 이 앨범은 음악을 시각적 서사이자 세계를 초월한 보편 문법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워크Moon Walk로 알려진 마이클 잭슨의 대표적인 춤이 바로 이 앨범 수록곡인 <Billie Jean>의 안무다. 그의 전매특허가 된 이 춤은 그 자체로 문화적 상징이 됐고, 지금까지도 국경을 불문하고 많은 댄서들이 오마주하는 '움직이는 서사'다.
아울러, 잭슨의 <<Thriller>> 는 인종적 장벽을 무너뜨린 기폭제가 된다. 당시 MTV는 백인 아티스트에게 80% 비중을 편성했는데, 잭슨의 등장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티스트와 이들의 다양한 음악이 보다 대중적인 인지를 얻게 된다.
마돈나는 대중 음악계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구현한 아티스트다. 그는 ‘보는 음악’ 시대의 시각적 상징으로, 의상과 퍼포먼스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이미지를 갱신했다. 1984년부터 1994년까지 마돈나는 총 29곡의 톱 10 싱글을 발표했고, 그 중 7곡이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섹슈얼리티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는 '의도적으로' 성적인 상징들을 확용했다. 첫 앨범인 <<Madonna>>로 데뷔한 이후, 이듬해 <<Like a Virgine>>, 1989년에는 <<Like A Prayer>>, <<Erotica>>(1992) 등 그는 자신의 작품들에서 스스로 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통제했다. 예컨대 1984년 MTV 어워즈에서 그는 하얀 드레스차림으로 웨딩케이크 모양의 무대에서 내려온다. 케이크에서 내려오고 면사포마저 집어 던진 후,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는 무대 바닥을 구르며 스스로 순결한 신부의 이미지를 전복했다. 숫처녀에서 성녀, 도발적인 여왕에 이르기까지 마돈나는 남성의 시각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여성상을 구성하고 해체했으며 이런 점에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도 평가된다. 비록 그 맥락이 상업주의 소비문화의 선상에 있었으나, 이전까지는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구현되던 여성 이미지를 직접 다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페미니스트적 혁명으로 평가된다.
<사진: 마돈나 유튜브 캡처 https://youtu.be/lTaXtWWR16A?si=em7rXWo1yfQX3pHc>
마돈나는 대중 음악 속에서 여성이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연출할 수 있는 첫 번째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레이디 가가Lady Gaga,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era 등 차세대 여성 아티스트들은 모두 그 궤적 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확장해갔다.
정리하자면, MTV의 등장으로 대중 음악은 단순한 청각 예술이 아니라, 패션·춤·영상·서사를 포괄하는 ‘총체적 문화 상품’으로 진화했다. 이는 세계 미디어 업계에도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식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글로벌 대중문화의 표준으로 끌어올렸고 할 수 있다. 이때 형성된 글로벌 팝의 문법은 훗날 케이팝이 변용하고 재해석하는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