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이 보낸 편지
신장암 진단 앞에서, 옥살산을 배우다
24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든 날,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복부 초음파에서 왼쪽 신장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문장. '신장암 의심'이라는 다섯 글자가 눈에 박혔다.
"선생님, 저 아무 데도 아픈 데가 없었는데요."
의사는 말했다. "신장에 생기는 종양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일정을 잡고 돌아오는 길, 인터넷 검색창에 '신장암'을 쳤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마음은 공포와 자책 사이를 오갔다. '내가 뭘 잘못 먹은 걸까.' '커피를 괜히 시작했나.' '시금치를 매일 먹었는데, 그게 문제였을까.' ‘머리 염색은?’ ‘밤을 너무 자주 새웠나?’ ‘ 음식을 너무 가려 먹었나?’ 빅 5 병원에서 검진하였고 모든 곳에서 90% 암, 70% 암, 그리고 항암 얘기까지 나왔더랬다.
가장 빠르게 수술날짜를 잡아준 곳에서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양성 종양'이었다. 암이 아니었다. 그 순간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경험이 남긴 것은 단순한 안도가 아니었다. 나는 '옥살산'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고, 나의 밥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밥상만큼은 먹거리만큼은 자신 있던 나였다.
형주연 박사의 집밥 안정제 -콩팥이 보낸 편지를 읽지 못했던 시간
건강검진 결과지에 '신장 종양 의심'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던 날, 나는 상담실에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결과지를 다시 꺼내 읽었을 때, 글자들이 흐려졌다. 눈물이 아니라, 두려움이 시야를 흐리게 한 것이다.
'신장암 이래...'
그 다섯 글자를 가족에게 전할 때의 떨림을 기억한다. 남편은 침착하게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엄마가 왜 밥을 안 먹는지 물었다. 나는 상담학 박사로서 수없이 '불안'을 다뤄왔지만, 정작 내 불안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암'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하는 일
상담실에서 만난 신장 질환 환자들에게는 독특한 심리적 패턴이 있다. 나는 이것을 '콩팥의 침묵'이라고 부른다. 신장은 '침묵의 장기'다. 기능이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도 뚜렷한 증상을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이 다른 질환보다 훨씬 크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이 한 문장이 환자를 끝없는 자책으로 몰아넣는다.
2022년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22-39퍼센트가 우울증을, 19-43퍼센트가 불안 장애를 경험한다. 특히 투석을 받는 환자의 경우, 최대 50퍼센트가 우울과 불안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2022년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신세포암 환자 대상 체계적 문헌 고찰은, 심리적 고통이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음의 상태가 몸의 예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내가 상담실에서 만난 한 투석 환자 정우(가명, 25세)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 누워서 네 시간씩 피를 걸러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멀쩡해 보인다고 해요." 그의 눈에는 설명할 길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투석 환자의 우울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식이 제한, 수분 제한, 시간제한이라는 삼중 족쇄 위에 '보이지 않는 병'이라는 사회적 고립감까지 더해진 복합적 심리 상태다.
또 다른 내담자 은지(가명, 38세)는 신장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간 극심한 건강 불안에 시달렸다. "다시 생기면 어쩌죠? 검사할 때마다 떨려요." 이것은 '암 공포증(carcinophobia)'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완치라는 결과가 안도를 주는 것은 잠시 뿐, 몸에 대한 경계심이 만성화되면서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건강 염려증과 함께 신장이슈 덕분에 공부하게 된 옥살산은 식물이 만드는 자연 물질로, 우리 몸에서 칼슘과 결합하여 칼슘옥살산(calcium oxalate) 결정을 형성한다. 이 결정이 신장에 축적되면 결석의 원인이 되고, 반복되면 신장 조직에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다.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2019)의 리뷰에 따르면, 하루 소변 옥살산 배출량이 25밀리그램 이상인 사람은 칼슘옥살산 결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
옥살산의 등장보다 더 뼈아팠던 것은 나의 직업적 자각이었다. 요리 치료를 업으로 삼고, 음식의 힘을 강의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정보는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광고와 미디어에 기대고 있었다는 사실. 수년간 가족 모두에게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정성을 다해 매일 아침 갈아 먹였던 그 해독 주스가, 돌이켜보면 옥살산 농축액이었던 셈이다. 이 경험은 상담학 박사이자 푸드 테라피스트인 나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프레임 아래 무비판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믿음이다. 영양학적 근거 없이 미디어가 만들어낸 ‘슈퍼푸드 신화’에 전문가조차 속을 수 있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진정한 의미는 ‘몸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영양 설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식단을 조정했다. 시금치 대신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데쳐 먹었다. 싱싱한 견과류로 간식을 바꿨다. 무엇보다 물을 충분히 마시기 시작했다. 수분이야말로 옥살산 결정이 신장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이었다.
수술 후 정기검진에서 신장 기능은 정상이고, 몸은 그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 경험을 상담에 가져왔다. 신장 질환 환자들에게 '밥상의 재설계'가 심리적 통제감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경험함으로써 내담자들에게 더 많이 전할 수 있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박정원 약사의 처방전 — 신장 질환 환자를 만나는 두 가지 풍경
약국에서 '신장'과 관련한 처방전을 받을 때, 크게 두 부류의 환자를 만난다. 하나는 신장암 수술 후 정기 관리를 받는 분들, 또 하나는 만성 신장 질환으로 투석을 받으며 그에 맞는 약을 타가시는 분들이. 같은 '신장'이지만, 이 두 그룹의 밥상은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 풍경: 신장암 수술 후 — '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신장암 수술 후 약국에 오시는 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의 홍수 속 혼란'이다. 인터넷에서 '신장에 좋은 음식'을 검색하면 수백 가지가 쏟아지는데, 어떤 것은 서로 모순된다. '시금치가 좋다'와 '시금치가 나쁘다'가 같은 검색 페이지에 공존하니까.
존스 홉킨스 의학의 데이터에 따르면, 의심스러운 신장 종양의 약 20-30퍼센트는 수술 후 양성으로 판명된다. 양성 종양에는 혈관근지방종(angiomyolipoma), 호산세포종(oncocytoma) 등이 있으며, 이들은 암은 아니지만 신장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약사로서 드리는 조언은 명확하다.
옥살산을 신경 쓰자. 옥살산이 높은 식품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지만, 섭취량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금치, 비트, 루바브, 아몬드, 땅콩, 카카오, 타 프루츠는 옥살산 함량이 특히 높은 식품이다. 중요한 것은, 옥살산이 높은 식품을 먹을 때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장내에서 옥살산과 칼슘이 결합하여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시금치 된장국에 두부를 넣는 한국 전통 조리법은 사실 영양학적으로도 합리적인 조합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요중 옥살산 농도를 낮추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다만 녹차와 홍차에는 옥살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물이나 보리차를 권한다.
비타민 C 과잉 보충을 피하십시오. 신장질환자들 사이에서 메가도스라는 고용량 비타민C 복용이 유행했다. 하지만 아스코르브산이 체내에서 옥살산으로 전환될 수 있어, 하루 1,000밀리그램 이상의 비타민 C 보충제는 신장결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 C는 과일과 채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백질 과잉 섭취를 주의하자.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 섭취는 요산과 칼슘의 소변 배출을 증가시키고, 소변의 pH를 낮추어 결석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수술 후 회복기에 단백질이 필요하지만,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풍경: 투석 환자 — '무엇을 먹으면 안 되나요?'
투석 환자가 약국에서 받아가는 약은 한 봉지에 열 알이 넘는 경우가 많다. 인 결합제, 칼슘 보충제, 에리스로포이에틴 제제, 혈압약, 경우에 따라 칼륨 흡착제까지. 이 약들 사이사이에 식이 제한이라는 보이지 않는 처방전이 하나 더 있다.
투석 환자의 식이는 일반 건강식과 정반대인 부분이 많다. 이것이 환자와 가족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다.
칼륨을 제한하라. 정상인에게 칼륨이 풍부한 음식(바나나, 오렌지, 토마토, 시금치)은 '건강식'으로 불린다. 그러나 신장이 칼륨을 배출하지 못하는 투석 환자에게 고칼륨 식품은 심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고칼륨혈증은 심장 부정맥과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다. 채소류는 잘게 썰어 물에 두 시간 이상 담갔다가 헹구거나, 데쳐서 물을 버린 후 조리하면 칼륨을 20-30퍼센트 줄일 수 있다.
인을 제한하라. 인은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 있지만, 특히 유제품, 견과류, 가공식품, 탄산음료에 많다. 투석으로도 인은 잘 제거되지 않아, 체내에 축적되면 뼈에서 칼슘을 빼앗아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혈관 석회화를 촉진한다. 인 결합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반드시 식사 중 또는 직후에 복용해야 음식 속 인이 장에서 흡수되기 전에 결합시킬 수 있다.
나트륨을 제한하라. 하루 소금 5그램(나트륨 2그램) 이하.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이 기준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밥상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의미한다. 국물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투석 환자에게 '국물을 줄이세요'는 단순한 의학적 권고가 아니라 생활양식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처방이다.
단백질은 오히려 충분히 드세요. 투석 환자에게는 일반 만성 신장 질환 환자와 달리 단백질 제한을 완화한다. 투석 과정에서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체중 1킬로그램당 1.0-1.2그램의 양질의 단백질(계란, 살코기, 생선)을 섭취하되, 인 함량이 높은 유제품보다는 달걀흰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약식동원, 두 풍경의 교차점
신장암 수술 환자와 투석 환자의 밥상은 다르지만, 공통되는 원칙이 있습니다.
하나, 물을 아끼거나 넘치지 않게. 신장암 수술 후에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지만, 투석 환자(특히 혈액투석)는 수분을 제한해야 합니다. 같은 신장 질환이라도 상태에 따라 물의 처방이 정반대이다.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둘, 가공식품을 멀리하십시오. 가공식품에는 나트륨, 인 첨가물(인산염), 옥살산 전구체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장 질환의 종류와 무관하게,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재료로 조리하는 것은 신장 건강의 기본입니다.
셋, 약과 음식의 타이밍을 지키십시오. 인 결합제는 식사 중에, 철분제는 공복에, 칼슘 보충제는 옥살산이 높은 식사와 함께. 약의 효과는 먹는 시간에 달려 있습니다.
크로스 처방전 — 콩팥에게 보내는 답장
콩팥은 편지를 쓴다. 조용히, 글씨체도 없이. 그래서 우리는 그 편지를 읽지 못한다. 혈액 검사 수치라는 해독기를 통해서야 비로소, 이미 꽤 오래전에 부쳐진 편지의 내용을 알게 된다.
오늘의 처방전
형주연 박사의 처방: 신장 질환 진단은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의 시작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책은 치료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밥상을 다시 설계하는 것, 그 구체적인 행동이 심리적 통제감을 회복시킵니다. 식즉자애 — 오늘 한 끼를 나의 신장을 위해 차리는 것, 그것이 콩팥에게 보내는 첫 번째 답장입니다.
박정원 약사의 처방: 신장 질환의 식이요법은 '이것만 먹으면 됩니다'가 아니라, '내 상태에 맞게 먹어야 합니다'입니다. 같은 신장 질환이라도 수술 후 관리와 투석 관리는 전혀 다른 밥상을 요구합니다. 약식동원의 핵심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음식'에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의 처방: 옥살산이든 칼륨이든 인이든, 적(敵)은 음식 자체가 아닙니다. 적은 무지(無知)와 무관심입니다. 내 콩팥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그에 맞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은 이미 치유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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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신장질환 식사요법.
한국간호협회 (KHNA). 복막투석·신장이식 식이요법 안내.
형주연 (야미야니). "신장암" 202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