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약이다.

나비 목걸이

by 야미야니

갑상선이 보내는 신호, 밥상이 보내는 답장


다이어트의 역습

서른다섯 살 민지(가명)는 결혼 전 석 달 동안 하루 800킬로칼로리 이하의 극단적인 식단을 유지했다. 체중은 빠졌지만, 웨딩 촬영을 앞두고 갑자기 몸이 이상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거웠다. 거울 속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손가락으로 눌러봐도 자국이 남지 않는 이상한 부종이었다. 식욕이 없는데도 체중은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기분이 이상하고 무기력해진 상태로 병원과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산부인과에 갔다가 혈액검사를 권유받았고, 결과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다. TSH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 있었다.

"선생님, 저는 원래 갑상선이 안 좋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요."

의사는 말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갑상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민지는 살을 빼려고 시작한 다이어트가 도리어 몸의 엔진을 꺼뜨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형주연 박사의 집밥 안정제 - 내 나비가 날지 못한 이유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자리한 나비 모양의 작은 장기다. 무게는 고작 15에서 20그램. 그런데 이 조그만 나비가 우리 몸 전체의 신진대사를 좌우한다. 체온을 유지하고, 심장 박동을 조절하고,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일, 그 모든 것의 지휘자가 바로 갑상선이다.

나도 이 나비를 두 번 잃을 뻔했다.

처음은 십여 년 전이었다. 셋째를 임신한 상태로 사업장을 세 곳으로 확장하던 시기, 매일 두 시간씩 운전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강남이라는 지역특성이 주는 압박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서른 살 중반에 인생의 획을 그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피로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셋째는 유산했고, 그 끝에서 만난 진단명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다.

일하는 도중 갑자기 쓰러져 두 시간이나 잠들었는데 잠든 기억조차 없었다. 셋째 임신으로 오른 체중인 줄 알고 운동까지 무리했던 내가, 검진표 앞에서 비로소 멈춰 섰다.

그때 나를 살린 것도 '밥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나는 아이들 이유식과 가족 밥상은 정성껏 차렸다. 해조류 넣은 이유식, 제철 과일 간식, 영양 균형을 맞춘 한 상.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출근하면 손에 닿는 대로 먹었다. 정크 푸드, 편의점 삼각김밥, 커피로 때우는 아침. 가족에게는 식즉자애(食卽自愛)를 실천하면서, 나에게만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식단을 다시 짰다. 셀레늄이 든 달걀과 연어, 아연이 든 소고기를 번갈아 올렸다. '갑상선 사랑'이라는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 정보를 나누고, 하루 5킬로미터 걷기를 컨디션에 맞게 2-3킬로미터로 조절하며,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했다. 결과는 6개월 만의 약 없는 완치였다.

그리고 또다시, 잊었던 나비 목걸이가 조여왔다.

박사 논문을 쓰던 시기, 일하고 육아하고 살림 챙기느라 퇴근 후부터 시작되는 논문 작성은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밤샘은 기본이었고 삼시 세 끼는커녕 한 끼도 차려 먹기 힘든 31개월을 보냈다. 논문 주제가 '청소년을 위한 올바른 식이행동'이었는데, 정작 내가 올바른 식이를 놓치고 있었다. 결과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재발. TSH 4.89, FT4 0.7.

하지만 한 번 이겨낸 이력이 있으니 겁보다 다짐이 먼저였다. 다시 식단을 세웠다. 지방식과 베리류의 아침, 구운 연어와 찐 브로콜리의 점심, 단백질 가득한 샐러드의 저녁. 수분 보충을 위해 오이 레몬수를 만들어 수시로 마셨다. 논문은 하루 한 장이라는 규칙을 정해 과부하를 막았다.

딱 한 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단과 운동과 마음 챙김을 지킨 결과, 완치 수치가 돌아왔다.


갑상선과 마음의 실타래

상담실에서 만나는 갑상선 환자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과도한 스트레스' 위에 '부실한 식사'가 겹쳐 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 축(HPT 축)을 교란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TSH 분비가 억제되고, 활성 갑상선 호르몬인 T3의 생산이 줄어든다. 2018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만성 복합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에서 T3, T4, fT3, fT4 수치가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이는 장기적 스트레스가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실증한 결과다.

2025년 《Endocrine Reviews》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 경험이 있는 경우 갑상선 기능 장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하며, 산후 우울증까지 겹치면 HPT 축 이상과 갑상선 자가항체 상승 위험이 네 배까지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대표적 심리 증상은 우울감,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다. 갑상선 호르몬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시스템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호르몬 부족은 곧 마음의 에너지 부족으로 이어진다. 2024년 《Cureus》에 발표된 종합 리뷰는 갑상선 기능 이상과 정신과적 장애 사이의 양방향적 관계를 확인하며,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가 우울증과 불안 장애의 발생률 증가와 관련된다고 밝혔다.

나의 경험도 이를 증명한다. 두 번 모두 갑상선이 무너진 시점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한 때였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나를 회복시킨 것은 약이 아니라 '나를 위한 밥상'과 '나를 위한 쉼'이었다. 식즉자애는 이런 뜻이다.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행동은 나를 위해 밥을 차리는 것.



박정원 약사의 처방전ㅡ 무서운 나비약


갑상선의 나비효과, 밥상에서 시작됩니다

약국에서 갑상선 호르몬제를 조제하며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그리고 그 질문 바로 뒤에 따라오는 환자의 고백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다가 갑상선이 나빠졌대요."

이 고백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극단적 다이어트는 왜 갑상선을 망가뜨리는가

갑상선은 두 종류의 호르몬을 만듭니다. 비활성형인 T4(티록신)와 활성형인 T3(트라이아이오도티로닌). T4는 간이나 신장 같은 말초 조직에서 T3로 전환되어야 비로소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전환 과정이 생각보다 연약하여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1990년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400킬로 칼로리의 초저칼로리 식이를 8주간 유지한 여성에서 활성 호르몬 T3가 최대 66퍼센트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몸이 굶주림을 감지하고, 에너지 보존 모드에 돌입하며 스스로 대사의 속도를 낮춰버린 것입니다.

더 교묘한 함정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상태에서 T4는 활성형 T3로 전환되는 대신, 역 T3(reverse T3)라는 비활성 형태로 변환됩니다. 역 T3는 T3가 결합해야 할 세포 수용체를 먼저 차지하여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합니다. 대사율은 더욱 떨어지고, 체중은 빠지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납니다. 다이어트의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이 곧 약이라면, 음식을 끊는 것은 약을 끊는 것과 같습니다. 갑상선이라는 나비가 날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하듯이, 갑상선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절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반드시 공급되어야 합니다.

갑상선이 원하는 영양소, 밥상으로 채우기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과 대사에는 세 가지 핵심 미량원소가 필요합니다. 요오드, 셀레늄, 아연. 이 세 가지는 약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밥상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요오드.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입니다. 성인 갑상선에는 약 12-16밀리그램의 요오드가 저장되어 있으며, 이것이 부족하면 호르몬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2023)의 리뷰에 따르면, 요오드 결핍은 갑상선종과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요오드는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갑상선 질환 치료 중에는 과도한 요오드 섭취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셀레늄. T4를 활성형 T3로 전환하는 효소(탈요오드효소)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또한 갑상선 세포를 활성산소로부터 지켜주는 방패 역할도 합니다. 셀레늄이 부족하면 T4에서 T3로의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고, 하시모토 갑상선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Biological Trace Element Research》(2025) 브라질너트 하루 한두 알이면 일일 셀레늄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으며, 참치, 연어, 달걀도 좋은 공급원입니다.


셋째, 아연.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와 면역 조절에 관여합니다. 2015년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Nutrition》에 게재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아연을 단독 또는 셀레늄과 병용 보충한 과체중 갑상선 저하증 여성에서 유리 T3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굴, 소고기가 대표적인 아연 급원 식품입니다.

여기에, 비타민 D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에서 비타민 D 결핍이 흔하게 동반되며, 면역 조절을 통해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약사가 권하는 갑상선 밥상의 여섯 가지 원칙

약을 조제하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받았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복용해야 합니다. 특히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은 분은 평생 호르몬 보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밥상을 통해 약을 더 잘 돕는 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약사로서 권하는 갑상선 밥상의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나, 끼니를 거르지 마십시오. 칼로리 제한보다 무서운 것이 불규칙한 식사입니다. 하루 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먹는 것만으로도 HPT축의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둘, 해조류를 꾸준히 드십시오. 한국인의 전통 밥상에 늘 올라오던 미역국, 김, 다시마 국물에는 갑상선이 필요로 하는 요오드가 자연스럽게 들어 있습니다. 단, 갑상선 약을 복용 중이라면 요오드 과잉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므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셋, 브라질너트 한두 알의 습관을 들이십시오. 단 신선해야 합니다. 셀레늄 보충의 가장 간편한 방법입니다.


넷,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 콜리플라워)는 반드시 익혀서 드십시오. 이 채소들에는 좋은 영양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생으로 섭취할 경우 포함된 고이트로겐(goitrogen)이라는 성분이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조리하면 이 성분이 대부분 제거됩니다.


다섯,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십시오. 갑상선 저하증 환자는 대사율이 낮으므로,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은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흰쌀밥보다는 잡곡밥, 단음식보다는 과일로 대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여섯,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 시 주의사항을 지키십시오. 레보티록신(갑상선 호르몬제)은 아침 공복에, 식사 30분에서 1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칼슘, 철분 보충제, 제산제와는 최소 4시간 간격을 두어야 흡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크로스 처방전 — 나비의 밥상

갑상선은 나비처럼 생겼고, 나비처럼 예민합니다. 스트레스라는 폭풍에 쉽게 날개를 접고, 영양 결핍이라는 가뭄에 쉽게 시들어 갑니다. 그러나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따뜻한 밥상이라는 햇살 아래에서 이 나비는 다시 날개를 펼칩니다.


형주연 박사의 처방: 오늘 하루, 나를 위한 밥 한 끼를 차려보세요. 가족이 아닌, 회사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한 상. 식즉자애는 가장 구체적인 형태의 자기 돌봄입니다.


박정원 약사의 처방: 갑상선 호르몬제를 드시는 분이라면, 약과 함께 오늘 밥상에 해조류 한 가지와 달걀 한 알을 올려보세요. 약식동원, 약과 음식은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둘 다의 처방: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멈추세요. 살을 빼려다 나비를 잃을 수 있습니다. 천천히, 균형 있게, 자기 자신을 먹이는 것. 그것이 진짜 다이어트이고 나를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오래도록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요!





참고문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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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연 (야미야니). "너무 피곤해..." 브런치스토리,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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