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코어가 부족하고 근력이 떨어지는 이유, '호흡근 대사 반사'
헬스장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 있으신가요?
죽을 힘을 다해 데드리프트 세트를 마친 회원이, 바벨을 내려놓자마자 갑자기 "하암~" 하고 크게 하품을 하는 모습을요.
"운동이 지루한가? 잠을 못 잤나?" 아닙니다. 이것은 뇌가 보내는 다급한 구조 신호입니다.
운동 중 호흡이 깨져 산소가 고갈되자,
뇌가 강제로 입을 벌려 하품 반사를 통해 산소를 급하게 들이마시는 생존 본능입니다.
또 하나, 제가 회원님의 불편감을 잡을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어깨를 이만큼만 들면 찝혀서 아파요." 그때 제가 주문합니다.
"그 아픈 지점에서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세요." 열 명 중 아홉은 숨을 못 쉽니다.
"어? 여기서 숨이 안 쉬어지는데요?"
이처럼 호흡이 깨진 동작은, 우리 몸이 제어력을 잃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중 하나입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근육은 죽은 근육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오늘은 식스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호흡 대사 반사(Inspiratory Muscle Metaboreflex)'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당신이 금방 지치고 팔다리가 무거운 이유, 범인은 약해 빠진 '횡격막'에 있습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호흡은 우리 몸의 '최우선 생존 순위'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강도 운동을 해서 숨이 가빠지면,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횡격막, 늑간근)들은 금세 피로해집니다.
이때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호흡근 대사 반사(Metaboreflex)'라는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이 시스템이 켜지면 뇌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지금 숨 쉬는 게 급하다. 팔과 다리로 가는 혈관을 조여라! 그 피를 전부 호흡근으로 끌어와!"
즉, 호흡근이 지치면 우리 몸은 팔과 다리 근육(골격근)으로 가야 할 산소와 혈류를 강제로 빼앗아 횡격막으로 몰아줍니다. 결국 팔다리에는 혈액이 돌지 않아 젖산이 쌓이고,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수행 능력(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러분이 야근 후 퇴근길에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운 이유, 단순히 다리 근육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얕은 호흡으로 인해 지쳐버린 횡격막이 다리의 에너지를 훔쳐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에너지 도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횡격막을 강하게 만들어, 웬만해선 지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코어 운동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흔히 코어를 초콜릿 복근처럼 몸 겉면을 감싸는 단단한 '갑옷'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부학적으로 코어는 윗뚜껑(횡격막), 바닥(골반기저근), 그리고 벽(복횡근)으로 이루어진 '원통형 캔(Cylinder)' 모양입니다.
이 캔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겉면의 쇠(근육)가 아니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압력(Pressure)'입니다.
따지 않은 콜라 캔을 생각해 보세요. 얇은 알루미늄이지만 내부 압력이 꽉 차 있어
사람이 올라가도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이 내부 압력을 '복강내압(IAP)'이라고 하며, 횡격막이 피스톤처럼 깊게 내려와야만 이 압력이 생성됩니다.
숨을 제대로 쉬어 횡격막을 단련하면, 대사 반사가 지연되고
팔다리로 가는 혈류가 보존되어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플랭크를 할 때 숨을 꾹 참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횡격막이 내려가서 압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상체 근육들이 억지로 쥐어짜며 가짜 압력을 만듭니다.
이때 갈 곳 잃은 압력은 가장 약한 곳, 즉 머리 쪽으로 치솟습니다. (뇌압 상승)
또한, 횡격막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우리 몸은 목 주변 근육(사각근, 흉쇄유돌근)을 과도하게 끌어다 씁니다.
"배로 숨을 못 쉬니 목으로 숨을 쉬는 꼴"입니다.
복근 운동을 했는데 정작 배보다 뒷목이 더 뻐근하다면, 당신은 코어 운동을 한 게 아니라
목 근육 혹사를 한 것입니다.
진정한 코어 트레이닝은 플랭크 자세에서 숨을 참는 게 아니라,
어떤 자세에서도 횡격막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팔다리에 혈류를 양보하는 여유를 기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만 불룩 내미는 호흡이 아닙니다.
갈비뼈 전체를 풍선처럼 부풀리는 '3D 입체 호흡'을 연습해야 합니다.
[Crocodile Breathing: 악어 호흡법]
이 호흡법은 바닥의 피드백을 통해 등 뒤쪽의 횡격막 움직임을 느끼기에 가장 좋습니다.
자세: 바닥에 엎드립니다. 양손을 포개어 이마 아래에 받치고, 온몸의 힘을 뺍니다(특히 엉덩이와 어깨).
호흡: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이때 배가 바닥을 밀어내는 느낌에 집중합니다.
확장 : 단순히 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옆구리와 등 뒤쪽(허리)까지 공기가 차오르며 팽창하는지 느껴보세요. 마치 허리에 찬 튜브에 바람을 넣듯, 몸통 전체가 360도로 넓어져야 합니다.
확인: 숨을 마실 때 등이 천장 쪽으로 살짝 솟아오른다면 횡격막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하루 5분, 자기 전에 10~20회 연습하세요.)
그 외에도, 위 그림과 같은 호흡 보조도구들을 통해 흡기와 호기량을 조절하여
저항성 훈련을 해주는 것 역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헬스장에 가서 스쿼트를 배우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우렁차게 울며 '숨 쉬는 법'을 배웁니다.
그 완벽했던 횡격막 호흡이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망가졌을 때,
우리는 쉽게 지치고 팔다리가 무거워지는 '만성 피로'의 늪에 빠집니다.
플랭크 1분을 버티기 위해 애쓰지 마세요.
먼저 횡격막을 단련하여 뇌가 팔다리의 혈관을 조이지 않게 만드세요.
횡격막이 강해져야 비로소 당신의 팔과 다리는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