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라! 왜 인도가 좋은지
디스 이즈 인디아!
인도의 종교를 절반 넘게 차지하는 것은 힌두교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는 코끼리를 비롯하여 호랑이, 사자, 소, 멧돼지, 물고기 등을 사람처럼 형상화하여 섬긴다. 존경하는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섬기기도 한다.
인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라는 질병이 세계를 마비 시켰다. 일상생활을 간절히도 바라며 뉴스에 곤두서있을 때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마을 입구에 트럼프 대통령의 형상을 아주 거대하게 세워두고 마을 전체가 트럼프신 을 섬기고 있었다. 벽에도 나무 밑에도 온통 트럼프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에 마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고 급기야 젊은 남자는 자살을 하였다는 뉴스였다. 나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지만, 트럼프를 오로지 신으로 섬겨왔던 그 남자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으리라.
더운 날씨 사람들의 특징인지 이곳은 대부분의 일 처리 속도가 느리다. 뭐 하나 한 번에 되는 일도 쉽지 않다. 꼭 두 번 세 번 왔다 갔다 하게 만든다. 한국 같으면 1시간에 될 일도 몇 날 며칠이 걸리고야 만다. 한 날은 인도에서 통장 발급을 받아보겠다고 인도 주민증을 만들기 위해 관공서에 들렀다가 사람을 여러 번 오라 가라 하면서 아주 귀찮게 만들었다. 한 달이 넘게 걸려서야 주민증을 발급받기는 했다. 다음 문제는 은행에서의 통장 발급이었다. 당당하게 주민증을 들고 은행을 갔더니, 집에 가서 기다리면 직원이 집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역시나 몇 날 며칠을 기다렸다. 직원에게 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화를 냈지만, 통장 발급은 한 달이 걸렸다. 또 통장과 카드를 등기로 보내주는 데에도 우체국의 일 처리가 한참이 걸렸다. 참다못해 한국은 통장 만드는 데 1시간도 안 걸리는데 인도는 왜 그러냐며 괜히 죄 없는 드라이버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그러자 순진하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드라이버는 말했다. “디스 이즈 인디아” 평소 영어를 잘 못하는 드라이버였지만 어찌나 뚜렷하고 명확하게 말하던지. ‘…’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 이곳은 인도였다. 그들의 눈에는 답답하다는 듯 서두르고 재촉하기만 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겨우 이방인으로 와 있는 내가, 나의 문화를 강요하며 가르치려 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 뒤로도 뭔가 일 처리가 늦어지거나 일이 잘못되면 나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 속으로 외친다. “디스 이즈 인디아!” 그러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인도는 흥이 많은 곳이다. 커피숍에서 밝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 고개와 어깨를 흔들며 엉덩이를 들썩들썩한다거나, 쇼핑몰에서도 음악에 맞춰 부끄럼 없이 춤을 추고는 한다. 학교에서도 인도 아이들은 금방 표가 난다. 아니 한국 아이들은 더 금방 표가 난다. 축제 기간 댄스 음악이 나오면 신나서 막춤도 서슴지 않는 아이들과 달리 한국 아이들은 수줍어하며 가만히 친구들의 댄스에 역시나 수줍은 웃음을 짓고만 있는다. 때로는 흥 많은 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언젠가 한국 라디오에서 인도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세계 5위 안에 든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구걸하는 사람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이렇게나 많은데 하고 부정했었다. 이곳에 와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살아가다 보니 이제는 강한 수긍을 하게 된다.
느린 게 아니라 여유가 있는 것, 없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며 사는 것, 불행한 것이 아니라 희망이 있기에 살 수 있는 것, 나의 행복이 아니라 후손의 행복을 바라는 것. 바로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14시간이나 날아와 이곳에까지 와서 잔소리 해대는 나 자신을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