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생년월일시를 사주팔자로 풀어놓고 나는 시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머님, 어디 가서 아드님 사주 많이 보셨지요?”
대답이 없다.
“어머님……”
“아, 그냥 며느리 사주만 봐요! 그래서 우리 아들 죽어요, 안 죽어요? 이혼시키면 살아요?”
시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며느리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혼을 시키면 아들이 나으리라는 희망을 듣고 싶은 것이었다.
“어머님,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시면 여기를 왜 오신 거에요? 돈이 막 많으신 것도……”
아, 맞다.
내가 깜빡했는데 이분 돈 많으신 분이다. 돈이 막 남아도시는 분이었다.
“……많으시겠지요. 물론 돈이 많으시겠지만!! 그……뭐랄까…… 시간! 시간이 아깝잖아요. 저랑 이러고 앉아있을 시간에 아드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아요? 하나밖에 없는 손자, 잠깐만 이제 곧 둘이 되나요? 아무튼 손자들 재롱도 보시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던 시어머니의 얼굴이 딱 굳었다.
그녀가 내게 되물었다.
“뭐가 곧 둘이 되어요?”
어이쿠, 이놈의 입조심.
“그러니까 뭐가 곧 둘이 된다고요?”
와, 무서워…….
시어머니의 눈에서 레이저 빔이 나오는 것 같다.
이대로 책상을 넘어와서 나를 한 대 때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쓴 입맛을 다셨다. 이건 내 입이 잘못했다.
“상담료 더 안 받을 테니 어머님 생년월일시를 좀 주세요. 그러면 아드님 것을 더 자세히 봐 드릴 수……”
“싫다니까 왜 이래요!!”
공짜로 더 봐준대도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경우는 보통 다른 곳에 가서 보고 무언가 굉장히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왔을 때다.
그래서 역학자는 정말 말을 잘 골라내면서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생년월일시를 받아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말을 골라낼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말이 절대로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내 말을 끝으로 나와 시어머니의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실장님이 안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상담실 문을 통통 두드렸다.
“선생님, 다음 분 곧 오십니다.”
“네. 확인 감사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자리를 뜨지 않고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계셨다.
아직 듣고 싶은 말이 남은 것이다.
나 역시도 할 말이 남아있었다. 비록 그것이 시어머니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닐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