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며느리(3)

by 사주 수다


아들의 생년월일시를 사주팔자로 풀어놓고 나는 시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머님, 어디 가서 아드님 사주 많이 보셨지요?”


대답이 없다.


“어머님……”

“아, 그냥 며느리 사주만 봐요! 그래서 우리 아들 죽어요, 안 죽어요? 이혼시키면 살아요?”


시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며느리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혼을 시키면 아들이 나으리라는 희망을 듣고 싶은 것이었다.


“어머님,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시면 여기를 왜 오신 거에요? 돈이 막 많으신 것도……”


아, 맞다.

내가 깜빡했는데 이분 돈 많으신 분이다. 돈이 막 남아도시는 분이었다.


“……많으시겠지요. 물론 돈이 많으시겠지만!! 그……뭐랄까…… 시간! 시간이 아깝잖아요. 저랑 이러고 앉아있을 시간에 아드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아요? 하나밖에 없는 손자, 잠깐만 이제 곧 둘이 되나요? 아무튼 손자들 재롱도 보시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던 시어머니의 얼굴이 딱 굳었다.

그녀가 내게 되물었다.


“뭐가 곧 둘이 되어요?”


어이쿠, 이놈의 입조심.


“그러니까 뭐가 곧 둘이 된다고요?”


와, 무서워…….

시어머니의 눈에서 레이저 빔이 나오는 것 같다.

이대로 책상을 넘어와서 나를 한 대 때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쓴 입맛을 다셨다. 이건 내 입이 잘못했다.


“상담료 더 안 받을 테니 어머님 생년월일시를 좀 주세요. 그러면 아드님 것을 더 자세히 봐 드릴 수……”

“싫다니까 왜 이래요!!”


공짜로 더 봐준대도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경우는 보통 다른 곳에 가서 보고 무언가 굉장히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왔을 때다.


그래서 역학자는 정말 말을 잘 골라내면서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생년월일시를 받아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말을 골라낼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말이 절대로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내 말을 끝으로 나와 시어머니의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실장님이 안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상담실 문을 통통 두드렸다.


“선생님, 다음 분 곧 오십니다.”

“네. 확인 감사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자리를 뜨지 않고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계셨다.

아직 듣고 싶은 말이 남은 것이다.


나 역시도 할 말이 남아있었다. 비록 그것이 시어머니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닐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