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입을 꾹 닫고 있던 시어머니가 겨우 한마디 입을 열었다.
“……내가……”
주름진 눈에 발갛게 눈물이 고였다.
“……내가, 내 사주가……아들을……내 아이를 잡아먹는 사주라 합니다……”
시어머니의 눈에 가득 담긴 눈물이 마지막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언제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를 말 한마디를 얼마나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두고 사셨던 걸까?
얼마나 긴 시간을 그 말 한마디에 불안해하며 때로는 자신을 탓하며 사셨을까?
에라이, 누군지도 모르는 말 함부로 하는 새끼야.
넌 이 자식아 공기도 아까우니 오늘부터 숨도 쉬지 마라. 어디 가서 역학자라 말도 하지 마라.
쪽팔린다, 씨발아.
“사람이 무슨 식인종이나 무당거미도 아니고 잡아먹긴 뭘 맨날 잡아먹어요. 그런 건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제가 다시 봐 드릴 테니 생년월일시 주세요.”
하지만,
지난 시간 내내 아마도 내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아들 잡아먹는 팔자’라는 한마디로 아프게 상처를 입었던 한 아들의 어머니는 결코 내게 당신의 생년월일시를 주지 않았다.
“어머님, 잠시만요.”
도망치듯 후다닥 자리를 뜨려는 시어머니를 얼른 붙잡았다.
누군가의 말이 다치게 한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내 말이 위로가 되기를!!
“어머님, 아드님과 며느님의 사주를 맞춰보니 천생연분입니다. 두 분 정말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며느님의 뱃속에는 둘째 손자가 자라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게 뭐요?”
“아드님을 마지막까지 아끼고 보듬어 안고 사랑해줄 정말 좋은 며느님을 두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며느님은 아드님이 떠나신 후에도 남아서 귀한 손자분들을 다 훌륭하게 키워내실 겁니다.”
“……”
“며느님 어디 안 가시고 어머님 곁에 남아 서로 기댈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딸이 되어줄 거예요.”
시어머니는 내게서 완전히 고개를 돌린 채 서 있었다.
“아드님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정말 훌륭하게 잘 키우셨어요. 그러니 저런 며느님과 손자들을 선물하고 가시는 겁니다. 손자분들 모두 좋은 며느님 밑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잘 자랄 겁니다.”
“아들이 죽는 데 그게 다 뭐라고……!!”
“어머님, 숙명과 운을 합쳐서 운명이라 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어요.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그냥 그런 거에요. 하지만 남아있는 시간 동안의 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요.”
그제야 시어머니의 얼굴이 내게로 돌아섰다. 소리를 지르며 울고 싶으신 듯했다.
“아드님 곁에 있어 주세요. 며느님과 좋은 친구가 되세요. 뱃속의 손자 밉다 마시고 곱다, 예쁘다, 네가 태어나서 기쁘다 해주세요. 남은 시간 동안의 모든 일은 어머님이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운명 안에서도 선택을 할 수 있기에.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나중에 나를 그 시어머니에게 소개해준 분께 아드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화장장에서 아들을 따라가겠다고 불 속으로 달려드는 시어머니를 며느리가 온몸으로 감싸 안고 있었다고.
그런 며느리 품 안에서 시어머니는 정신을 놓고 우셨다고 했다.
원래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아들을 어떻게든 이혼시키려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혼시키려 했다면 내게 며느리의 사주를 들고 오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버렸으면 되니까. 무언가 당신께서도 어머니로서 느끼는 것이 있었으니 굳이 내게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으리라……
그리고,
작년 동지 무렵에, 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좋게 내게 신년운세를 보러왔었다. 커다란 과일바구니를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서 말이다.
이런 순간이 바로 명리학자로서 나의 긍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