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秘密)

1화

by 사주 수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는 비밀이 아니게 된다.


그럼에도 나라고 하는 명리학자에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말하곤 한다.

단지 믿는 것일까? 아니면 더는 비밀이 아니게 된다 하더라도 털어놓고 싶은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할 일은 그저 그들의 비밀을 듣고, 운명을 읽어내고,

그리고 모든 것을 잊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손님의 사주팔자를 읽을 때 물어보시는 것 외에는 꼭 알려드려야 하는 것이 아니면 입을 다무는 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상담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누군가의 운명이 내 손바닥 보듯 읽어지는 것이 신나서 아무렇게나 막 떠들었던 적도 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때의 나는 아직 어렸고 어리석었고 미숙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참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온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흑역사 그 자체이다.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 몇 번에 걸쳐 큰 실수를 하고 고초를 겪었다.

스승님께 불려 가 혼날 만큼 혼나고 -혓바닥을 잘라버리고 입을 확 꼬매버린다 하셨다- 명리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당했다.

(참고로 난 지금도 스승님의 전화를 무릎 꿇고 받는다.)


겨우겨우 모든 일이 정리가 된 다음에, 이번에는 현타가 왔다.


한 2년 동안 미치는 줄 알았다.

화장실에서도, 자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고장 난 발작 버튼이 눌린 것처럼 괴로워했다.

가만히 묵묵히 일을 하다가 가끔씩 “끄아악!!!” 하며 책상에 엎어지는 나를 보며 실장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실장님도 어디 아프냐, 왜 그러느냐, 좀 쉬겠느냐? 하면서 걱정을 해주었으나, 나중에는 상담과 일에는 지장을 안 주고 혼자서만 그러고 있으니

“응, 원래 저런 사람이구나.”

하면서 내가 혼자 발작하면서 난리를 치거나 말거나

“상담만 잘 돌아가면 만사형통”

하고는 냅두셨다.


난 정말 유능하고 좋은 사람을 실장님으로 두고 있는 것 같다.



가끔 내게 와서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받아라, 나의 완전히 열린 마음을!’ 하고 미주알고주알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본인에게 본처 외에 애인이 여러 명 있으며 그들 중에 누가 밤일을 잘하네, 마네까지 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덕분에 나는 TV의 도움 없이 막장 드라마를 실시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한 부인께서는 일 년에 한 번 신년 운을 보러 와서는 두 시간에 걸쳐 일 년 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꺼내 놓으신다.

어찌나 청산유수로 이야기를 잘하시는지, 정작 나는 말 한마디 못 한 채 상담을 끝낸 적도 여러 번이다.


사실 신년 운은 핑계일 뿐으로 아마 나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속의 이발사처럼 대나무숲으로 쓰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든 마음에 담지 않고 바로 털어내고 잊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수많은 비밀들을 이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두면 언젠가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의 비밀을 발설한 대나무숲처럼, 나 역시 실수로라도 입에 담을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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