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秘密)

2화

by 사주 수다


실수로라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있다.


오랜 세월 스승님의 손님이셨던 분이 계신다.

한때 크게 장사를 하여 부를 이루었던 분으로 유쾌하고 멋진 분이시다.

은퇴 후에는 여기저기 옛 친구들을 방문하는 재미로 사셨다.

그 옛 친구 중에 스승님과 내가 포함되어 있다.


그분은 말씀이 많으셨다.

유쾌한 언변으로 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꺼내놓으시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는 사실 그저 주변을 맴돌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날, 그분이 결국 참지 못하고 아주 조금만 내어준 비밀이 하나 있었다.


“나는 밤에도 입을 막고 자.”
“네?”


그때 나는 명리학자가 된 지 얼마 안 되었던 애송이였다.

그런 애송이였기에 그분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여주셨으리라.


“여기에, 이곳에 내가 말하면 안되는 게 하나가 있거든.”


그분은 투박한 손가락으로 본인의 가슴을 쿡쿡 찌르셨다.


“혹시나 자다가 나도모르게 말할까 봐 나는 아예 입을 막고자.”


그러니까 가슴에 담아 둔 비밀이 혹시 자는 동안 잠꼬대로라도 튀어나올까 봐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잠에 드신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냥 박스테이프로 붙였는데 요즘에는 입 벌리며 자지 말라고 붙이는 테이프도 나와서 입술 뜯기는 일도 없고 아주 좋아. 세상이 참 좋아졌어.”


껄껄껄 웃으시며 비밀의 작은 부스러기 조각만 보여주시고는 그분은 이내 입을 다무셨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예상만 할 뿐,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가 그리 간절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비밀을.


제자인 나에게 스승님께도 하지 못한 이 말, 저 말, 지나가는 말까지 모두 가벼이 해주셨지만, 딱 그 하나만은 끝까지 이야기를 더 꺼내지 않으셨다.


“혹시 그 사람 앞에 가면 말할까. 하느님이 말하라 해도 나는 말 안 하지.”


남은 웃음을 마저 지으며 ‘그러니까 나 뒤지면 입에 테이프를 꽁꽁 감아줘.’라고 하던 그분의 모습은,

그 길고 긴 비밀 속에서도 가볍고 시원해 보였다.


“그래도 남선생이니까 이런 게 있다. 말해준 거야.”


네네, 알고 있습니다.

혼자만 담아두기 많이 힘드셔서 이렇게라도 조금 흘려주신 것이겠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아나? 언젠가 나 죽기 전에 남선생한테는 다 말하고 갈지.”


정말 언젠가 그렇게 해주실까?


대화의 끝을 꼭 그렇게 맺던 그의 공수표를 어쩌면 나는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천생 사주쟁이인 나는 그의 비밀의 무게보다는 내가 그의 사주에서 읽은 것이 맞는지 아닌지가 더 궁금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정말 어렸고 어리석었고 미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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