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유난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볼 것이 있다, 할 것이 있다.
그러니 평소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하고 산으로 올라간 아버지가 영영 내려오지 않는다며 그분의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발을 동동 구르는 듯 다급한 목소리였다.
“겨울이면 늘 산으로 기도를 다녀오셨어서 이번에도 며칠후면 내려오시겠지 했거든요.”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 어느새 닷새가 되도록 아버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녀들은 서둘러 아버지가 가는 산 자락 밑의 마을을 찾았다.
모두 매년 산을 방문하는 한 늙은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들어가는 것만 보고 나오는 걸 보지 못했네......”
동네 남자가 턱밑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사람들을 모아 겨울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눈이 쌓인 산은 위험하여 마음껏 움직이지를 못했다. 해가 짧아 긴 시간 수색도 불가능했다.
“소방관과 경찰까지 동원하여 찾고 있는데 도무지 찾아지지가 않습니다.”
수화기 속 따님의 목소리가 울먹였다.
생각다 못해 결국 그분이 늘 드나들던 사주쟁이인 나를 찾은 것이다.
“아버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만이라도 알려주세요.”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더 볼 것도 없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기 전, 이미 그분은 나를 한번 찾아왔었다.
“남선생, 내가 동지(冬至)는 넘기겠소?”
언제나 그렇듯이 그분은 내게 유쾌하게 물으셨다.
나는 큰 슬픔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이번 해만 잘 넘기시면 120세 넘게 사시겠습니다.”
내 말에도 덤덤히 또는 크게 미소를 지으시며 그분이 진짜 질문을 하셨다.
“내 몸은 어떻게 영영 잃어버리겠는가? 아니면 찾겠는가?”
나는 확실히 대답했다.
“찾습니다, 어르신.”
“그럼 되었소.”
아마 그분은 이미 스승님께 다 듣고 오신 터였다.
질문은 그냥 한 말일뿐, 그것을 핑계로 내게 작별인사를 하러 오신 것이었다.
그분도 나도 이것이 이 생에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무엇이 저리 기쁜가?
그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얼굴로 죽음을 설레어했다.
늘 그러셨던 대로 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세어보지도 않고 전부 내게 쥐어주었다.
“남선생, 혹시 내 자식 놈들이 까먹고 있거들랑 장례식에도 꼭 내 입에 테이프 붙이라고 말 좀 해줘. 그리고 이 몸뚱이는 그냥 훨훨 태워버리라고. 그래야 주둥이도 같이 타버려서 다시는 말을 못 하지.”
“그 사람 앞에 가면 말한다면서요, 어르신.”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사람 앞에 가면 내가 할 말은 더더욱 없을 것 같으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알 테니…….
그렇군요, 어르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