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秘密)

마지막

by 사주 수다


나는 스승님께 연락을 드렸다.

감히 내가 스승님 대신 그분의 일에 대해 말을 해도 될는지 여쭙기 위해서였다.


“그래, 남선생님은 그분이 어디 계시다고 생각합니까?”


스승님께서 물으셨다.

나는 읽은 것을 천천히 대답했다.


“……지금 땅속에 묻힐 운이니 북쪽의 토굴, 혹은 북쪽 기슭 흙이 무너진 곳 밑에 계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목 안쪽으로 울럭울럭 슬픔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차마 스승님 앞에서 전화 너머로도 울 수는 없었다. 그분은 스승님께 오랜 손님이자 친구였던 분이다. 스승님께서 이미 덤덤하신데 내가 울음을 터트릴 수는 없었다.

끅끅거리며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스승님은 나의 울음을 모른 척해주셨다.


“네, 잘 읽으셨습니다. 따님께 그렇게 전해주세요.”


스승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분의 장례식장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주 큰 잔치였다.

복도는 여기저기서 보낸 화환과 꽃바구니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금 내려온 토굴 안에서 발견되셨다 했다.

산 짐승에게 뜯어 먹힌 흔적 없이 깨끗한 모습이셨다고.

마치 절이라도 하듯 손을 모아 앞으로 쓰러진 모습으로, 얼굴은 반가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크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늘 말씀하셨던 그 사람을 만나신 걸까?


당신께서 평생 담고 있던 비밀을 마침내 알아줄 그 사람을 만나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셨을까?


그래서 마지막 잠에서는 끝내 입을 테이프로 봉하지 않고 환히 웃으실 수 있었던 걸까?




나는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명리학자로서 나는 매일 수많은 비밀을 듣는다.

쉽게 말해지는 비밀도, 몇 번의 만남 끝에 어렵사리 털어놓는 비밀도, 끔찍한 비밀도, 슬픈 비밀도, 말할 수 없는 비밀조차도!!!


비밀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는 비밀이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보고 듣고 읽어낸 비밀들을 잊고 또 잊는다.


바람이 불면 모든 비밀이 탄로 나는 대나무 숲이 아닌,

들은 이야기를 그저 다른 곳으로 흘려보낼 뿐인 시냇물처럼,


나는 그렇게 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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