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어느 국민학생의 일기

Intro. 다시 일기를 펼쳐들다

by 겨울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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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월 14일 목요일
일기를 자꾸자꾸 미루다가, 이렇게 오늘부터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쓰기로 하였습니다.


1982년 1월. 아직 새 학기가 시작되지 않은 국민학생 1학년 겨울방학 때. 나는 왜 그때 일기를 쓰려고 하였는가. 그리고 왜, 한 번 멈췄던 이 기록을 다시 꺼내 같은 길을 가려 하는 것일까.


사실, 내게 큰 자산은 1982년부터 대학생 때까지,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후 2003년부터 지금까지 써 온 일기다. 일기를 읽으며 나는 새삼스레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과 상당히 달랐던 그때의 모습.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나는 어쩌면 내가 기억하고 싶은 편집된 이상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록 속의 나는 그런 이상형이 아닌 숨기고 싶은 장난꾸러기, 고집쟁이였음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지금의 나를 먼 훗날 돌이켜본다면 어떻게 보일 것인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역사라면, 그 대화는 미래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일기에 남겨주신 어머니의 글은 일기가 숙제검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의 일생에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귀중한 재료로 남길 원하시는 마음 그 자체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일기 시리즈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기장 첫 페이지를 다시 펼쳤다. 1982년 1월 14일. 삐뚤삐뚤한 글씨로 아이가 썼다."일기를 자꾸자꾸 미루다가, 오늘부터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 아이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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