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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Jan 27. 2021

#5. 너를 위한 기다림.

나의 난임 storY #5

@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이번에 배아 이식은 건너뛰고 2회 차 시험관을 바로 진행할지 한 달 쉴지 컨디션을 확인 후 결정할 수 있는데, 병원 원장 선생님께서 아직 난소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이번에 진행하는 것보다 한 달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준비하자고 하셨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시험관 시술을 했을 때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는데 한번 채취를 하고 나니 -- 내가 난자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몸인 걸 확인하고 나니-- 더 건강관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주어진 한 달 동안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하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1. 영양제 꼬박꼬박 챙겨 먹기

2. 매일 30분~1시간 동안 걷기 (운동하기)

3. 식단 관리하기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기)

4. 최대한 12시 이전에 잠들기 (야행성이라 새벽 1~2시 이후에 잠자는 습관 고치기)

+ 기타 등등 (콜라 줄이고 복분자 마시기)


오히려 소중한 한 개의 난자 채취 후 나는 마음을 더 잡을 수 있었다.



요즘 더욱 느끼는 거지만, 인생은 참으로 신기한 거 같다. 어느 순간의 최상의 선택이 훗날 지나고 보면 좋지 않은 선택이 되거나, 그 당시에 좋지 않았던 상황이 시간이 흐른 뒤엔 결론적으론 좋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이게 나에게 '좋다', '좋지 않다'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정말 운동이라면 질색팔색 하던 내가 집 뒤에 있는 둘레길 왕복 한 시간 코스를 거의 매일 같이 걸었다. 헬스장에서의 운동은 내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연 풍경을 보며 혼자 둘레길 정상을 찍고 오는 코스는 나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난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가을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지금 뒤돌아보면 혼자 많은 고민과 생각하며 걸었던 이 시간들이 나에게 너무 값진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둘레길 코스를 걷던 어느 날 갑자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술 좋아하고 먹는 것도 건강식과 거리가 먼 내게, 

운동이라면 인생 통틀어 거의 해본 적 없는 내게,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내게, 


언젠가 만날 우리 아기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시간을 내게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자연임신이 문제없이 가능했더라면 난 나의 건강관리와 아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날 너무 잘 알아서 잠시 나에게, 힘들지만 이 시간을 통해 건강 관리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자 시험관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이 힘든 시간이 아니라 잠시 나를 되돌아보고 언젠가 만날 우리 아기를 위해 어떤 엄마가 돼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감사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의 전환은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나는 이날 이후로 "너"를 만나기 위한 이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보낼 수 있었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라..."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



두 번째 시험관 일정이 다가오자 난 처음보다는 더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조급해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겐 하지 말아 줘. 아직 엄마라는 말이 너무나 어색한 나를 위해 이 시간을 준 널 생각하며, 널 만나는 그날을 위해 엄마로서의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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