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티끌모아 투자

1. 용돈 이야기 : 선생님, 매떡보다 주식이 좋아요.

by 콜라나무

나에게는 제자가 있다. 또 다른 직업은 투자가다. 이름은 토리(도토리), 본인은 모른다. 필명으로 쓰려고

지었기 때문에. 밤톨 같은 녀석은 용돈을 모아 주식 투자를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과거 나의 학창 시절에는 '티끌모아 태산'이었는데 요즘 토리를 비롯한 10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티끌모아 티끌이다.' 과연 티끌로

태산을 만드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토리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10대 학생들 대부분이 공부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어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쓴다. 어떤 학생은 ‘매떡’이라 해서 매운 떡볶이를 사 먹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먹고 싶은 간식을 참고 모아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두 가지 행동의 차이는 ‘현재인 나’와 ‘미래의 나’ 중에서 무게 중심을 어느 시점에 두었는가에서 생긴다. 용돈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다. 즉, 나의 행복을 위해 자주 소비하는 행동은 용돈을 푼돈이나 티끌로 여겨야 가능하다. 반대로 목돈이나 태산처럼 생각하면 욕구를 참아 낸다. 토리처럼. 미래의 나를 준비한다면, 현재의 내 욕망은 참아야 한다. 자원은 한정적이며, 돈은 벌기 어렵고 자산을 늘려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이들은 안다. 돈 벌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월급날만 되면 기분이 날아오를 듯 가벼우면서도 무거워진다. 우리는 어렵게 번 돈이지만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자주 신용으로 미리 당겨 쓰곤 한다. 인내하는 것보다 멋진 의류, 게임 상품, 자동차 등 사고픈 것을 참는 일이 더 바보 같은 행동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월급을 타면 홈쇼핑에서 온갖 상술로 유혹할 때마다 물건을 샀다. 배가 불러도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손에 쥐어야 마무리를 한 기분이었고, 계절마다 새 옷들을 사서 입어야 여행 사진에 같은 옷이 안 찍혔다. 남편은 5년마다 새 차를 사야 직성이 풀렸고, 휴대전화기는 쓸만한데도 2년마다 노예계약을 맺어 신제품을 썼다.

이와 같은 소비 행태의 흐름을 먼저, ‘소확행’이라는 신조어로 풀어보자. 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약칭이다.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덴마크의 ‘휘게(hygge)’ 등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외에도 게임에서 과금으로 현질(현금으로 샀을 때)하는 것을 소확행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상적 태도" 혹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뜻한다. 나도 이와 같은 생각에 동의하였고, 작은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조기 퇴직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의 퇴직도 가까워지자 슬슬 노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욜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지금-여기(here-now)를 강조한다.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내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의 큰 줄기를 실존주의 철학에서 찾아보자. 실존철학에서 강조하는 주체적인 나의 삶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의미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나의 행복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내 행복은 중요하지 않은가? 어찌 보면 소확행과 욜로는 실존주의 가문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현재인 나도 있지만,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돈을 번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한 수단이다. 타인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을 존재가 되기 위하여.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하여.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변호사 선임료를 내기 위하여, 늙어 아프고 병이 들 면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나를 위한 것이다.

토리에게 물었다.

용돈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선생님, 매떡보다 주식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