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할매 순옥

01. 염치없이 나는 또

by 강날개



목포에 내려간 건 2년 만이었다.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회복을 거치고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

나의 마지막 독립영화를 끝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내 인생 가장 큰 모험을 마치고 나는 내 고향 목포,

할매 품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10년을 살았다.

간간히 내려가 할매 얼굴을 보고 친구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어 왔으나,

이틀을 넘기는 법이 없었다.

떠나온 고향에는 내가 쟁취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주인공 행세를 하며 떠나놓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으니

모르는 척 자리를 내어 달라고

나는 염치없이 목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차 창밖으로 익숙한 설렘과 함께

깊숙이 묻어둔 죄책감이 스멀스멀 함께 피어올랐다.


나 살기 바빠 모르는 척했던 숙제들 때문이겠지.


목포역에 내리자 옅은 바다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생존경쟁에 날이 서 있던 몸이 나른해짐을 느낀다.


한 달.


나는 한 달간 목포에 머물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