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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26. 2023

너를 미워하는 감정조차
내 사랑의 일부였음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by 증국상

⚠️Warning : Spoiler



중국 영화에 대한 내 편견을 깨 준 작품이 2개가 있다.

하나는 <패왕별희>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였다.


칠월과 안생의 관계를 단순이 친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들 사이에 녹아든 감정을 그저 우정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칠월에게 안생은 갈망하던 자유로움이었고, 안생에게 칠월은 따뜻하고 머무를 수 있는 정착지였다. 가장 갖고 싶은 면을 가졌기에 칠월과 안생은 서로를 동경했고, 질투했으며, 결국에는 서로를 닮아가고자 할 만큼 사랑했다.


그렇기에 굳이 그들의 관계와 감정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겠다.

두 소녀이자 여성이었던 그들의 관계는 ‘우정’이라는 얕은 단어로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기에, 나에게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었다고 느껴졌다.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던 칠월과 안생은 사실, 극중에서 서로 싸우고 엇갈리는 장면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싸움조차도 그들이 서로를 너무도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칠월은 안생처럼 자유로워지면, 안생은 칠월처럼 정착하면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불편함과 어색함은 결국 터지기 마련이었고, 칠월과 안생은 그렇게 자꾸만 멀어져갔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깊숙하게 인상을 남긴 장면이 바로 그것이었다. 가명의 집 화장실에서 칠월과 안생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모든 감정을 내보이며 악을 쓰고 싸운다. 그렇게 못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아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도 안생은 먼저 무너져 내린 칠월에게 다가가 찢어진 옷을 여며준다.


혹여라도 감기에 걸려 앓을 까봐, 이렇게 되어버린 너와 나의 관계가 너무도 마음 아파서, 그리고 너에게 미안해서, 그럼에도 너를 사랑해서.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얼굴을 한 채 벌벌 떨리는 손으로 다시 단추 하나 하나를 채워주는 안생의 모습은 결국 사랑이었다.


이렇게도 치열하게 부딪히던 칠월과 안생은 결국 이별의 직전이 되어서야 서로의 진심을 알아챈다. “우리는 속을 너무 잘 감춰”라는 한 마디 뒤에 표현하지 못한 무수한 사랑이 담겨있음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칠월이 떠난 후, 안생은 소설을 쓴다. 생애 그 무엇보다도,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도 더 사랑한 칠월을 위해 안생은 그녀만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준다. 안생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칠월은 생전 원했던 대로,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반짝인다. 


그리고 안생이 창조해낸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운 채 우리가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자고 속삭이며, 함께 할 미래를 그려낸다. 안생에게 칠월은 정착지 그 자체였다. 안생이 원했던 모든 미래에는 칠월이 함께였다. 그렇기에 안생의 소설은 이루지 못한 채 먼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고백이자 미련이고 사죄인 셈이다. 여름처럼 뜨겁고, 집처럼 쉬이 무너지지 않는 사랑이었다.



[덧붙임]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강렬했다. 특히 안생을 연기한 주동우의 눈빛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을 살면서도 찰나의 공허함과 외로움이 비치는 눈빛. 스쳐 지나가는 눈빛만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여운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기에, 주동우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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