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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25. 2023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블루 스카이

[3일차] 굿바이 우붓, 그리고 헬로우 스미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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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15


비가 그친 것만으로 2일차도 좋았는데, 3일차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토록 바랐던 해가 고개를 내밀었고, 구름이 걷히면서 동남아시아 특유의 그 새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그렇게 기도했던 파란 하늘은 우붓의 마지막날에 얼굴을 비췄다.

해가 떴다. 발리에 도착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파란 하늘을 만났다.

이날 아침도 생생하다. 눈을 떴는데, 커튼 사이로 밖에서 빛이 들어왔다. 친구랑 잠에서 다 깨지도 못한 상태로 벌컥 커튼을 열고 나서, 둘 다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중충한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아닌, 하얀 구름에 햇빛이 쨍한 파란 하늘.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 숙소 이렇게 예뻤는데.

비올 때 몰랐던 숙소는 이렇게 푸르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역시 자연광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풍경이든 뭐든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좌) 숙소 가는 길 / (우) 수영장 가는 길. 이렇게 푸른 곳이었나.


여기가 조식 레스토랑이었다.

처음으로 조식도 먹었다. 원래 어제도 먹고 싶었는데, 레스토랑이 일정보다 늦은 8시에 여는 바람에 결국 먹지 못했었다. 사실 비 와서 아무데도 못 둘러봤던 탓에 체크아웃 하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조식 레스토랑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뷰가 보이는가. 지금 봐도 싱그럽다.

레스토랑 가는 길도 예뻤는데, 레스토랑 뷰는 말도 안 되게 좋았다. 비 그친 후 특유의 신선한 풀내음에 깨끗한 아침 공기,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 이 정글뷰를 보면서 조식을 먹는데, 이런 여유로움이 너무도 행복했다. 다시 봐도 이 때의 잔잔한 새소리와 산뜻한 공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너무 행복해.


~잠시 조식 레스토랑 뷰 자랑이 지나갑니다~

좋은 건 크게... 히야...
발리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나는 원래 모닝커피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든 2일간의 빌드업과 상황적인 특수함이 어우러졌기 때문이지만, 이 파란 하늘과 녹색의 우거진 정글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는 그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이 기억으로 몇 년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과일 세트와 블랙 커피. 파파야가 제법 맛있었다.

조식은 총 3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모닝 드링크와 에피타이저, 메인 메뉴 3가지 였는데, 나는 블랙 커피에 과일 세트, 그리고 미고렝을 시켰다. 먼저 나온 블랙 커피와 과일 세트. 푸른 정글뷰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텍스트로만 써도 벌써 발리가 너무 그립다. 생각보다 과일의 맛은 그냥 그랬으나 미고렝이 정말 대박적으로 맛있었다.


나 아직도 미고렝에 대한 감동 심하다.

내가 그리워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진짜 현지의 맛! 어제 뱀부 키친은 사실 현지식이라기엔 조금 간이 짜고 매워서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호텔에서 먹은 미고렝은 정말 5년 전 먹었던 그 미고렝 맛이 났다. 처음 한 입 먹고 친구한테 제발 한 입만 먹어보라고 이게 진짜 미고렝이라고 난리를 치다가 옆에 앉은 외국인 부부랑 눈마추지고 머쓱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의 조식. 아메뤼칸 스타일이었다.

친구는 브레드 세트에 아메리칸 스타일 토스트를 시켰는데, 내 미고렝을 한 입 먹더니 똑같은 거 시킬걸 후회하더라. 우붓 부쿠 뷰 리조트 조식은 미고렝 꼬옥 추천. 사실 친구가 빵 종류를 두 개나 시켜서 조금 물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신선한 공기와 파란 하늘이 조미료처럼 한 스푼씩 들어가서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자연과 전통이 너무도 잘 어우러져 있다.

밥을 먹고 나서는 또 숙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좌측에 저 연못은 처음에 왔을 때 이렇게 흉물스러운 게 왜 호텔에 있나 했는데 하늘이 개고 보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이 색감이 무보정이라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3일차인데 이제야 우붓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고, 얼마나 머물기 좋은 곳인지 알아버렸다. 이틀 정도만 더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금 적응하고 살아볼 만 했는데,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산보다는 바다를 더 선호하지만, 우붓에서의 2박 3일은, 특히 3시간도 채 안 되는 마지막 날은 어쩌면 바다보다도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무런 보정 없이도 이렇게 선명한 색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다.     

우붓 안녕. 미안하지만 스미냑으로 가볼게.

스미냑으로 가는 길. 어제 만났던 가이드 아저씨가 픽업을 도와주셨다. 햇볓이 드리운 우붓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과 구름이 굉장히 낮게 느껴졌는데, 그래서 더 신비롭고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하늘이 너무 예뻐서 짧게나마 영상으로 담았다.


우붓에서 제법 돈을 썼기 때문에, 남은 150$도 스미냑 가는 길에 있는 민간 환전소에 들려서 루피아로 바꾸었다. 공항보다 550원 정도 더 높은 금액으로 바꿀 수 있었다. 완전 럭키. 예전이랑 다르게 달러 단위별로 환전 금액이 달랐다. 나중에 간다면 모두 100달러 짜리로 가져가는 게 더욱 이득이 될 것 같았다.


https://goo.gl/maps/vFhu3YUhvapDdStd7

우붓이 차분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스미냑은 도심 그 자체였다. 사람도 훨씬 많고, 관광지의 느낌이 강해서 대형 몰도 있고 인도도 조금 더 깨끗하고 분위기 자체가 활발했다. 스미냑에서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AMADEA RESORT. 여기는 진짜 호텔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깔끔 깨끗했고, 시설들도 좋았다.


붕붕카 지나가유~

특히 신기했던 건 숙소에 가려면 내부 차량을 이용해서 안쪽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차량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요거는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도로 바로 앞에 있지 않아서 차 소리도 시끄럽지 않고, 내부는 또 한적한 길가라서 분위기가 좋았다. 넘 신나서 붕방거리면서 들어가느라 제대로 숙소를 찍은 컷이 오늘은 없다.


확실히 우붓보다 깔끔하고 더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간단하게 리조트에 뭐가 있는지 구경을 했다. 일단 객실이 카드키로 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우붓은 열쇠였단 말이지.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던한 느낌이 들었다. 우붓이 자연과 어우러져서 내추럴하고 전통느낌이 있었다면 스미냑은 확실히 도시적이었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수영장이 2개나 있다는 것이었다. 미리 스포하자면 아쉽게도 이 수영장은 하나도 이용을 못하긴 했지만..


아무튼 리조트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시원스럽고 청량했다. 우붓이 초록색이 메인이었다면 스미냑은 파란색, 하늘색이 메인인 느낌. 그래서 우붓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면 스미냑은 청량하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기분 좋은 세 번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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