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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22. 2023

‘쓰레기’같은 차경선의 삶이란

[화차] by 변영주

⚠️Warning : Spoiler


삶의 무게는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태어남 자체가 축복인 인생을 살아간다. 원하는 것에 거침이 없고, 꿈 꾸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삶.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탄력 있는 받침대가 있기 때문에 인생이 무게를 가벼이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삶이란 것은 채 걸음을 내딛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무거운 무게를 갖고 있다. 차경선의 삶이 그러했다.


차경선의 삶은 어떠했는가.

부모의 죽음을 매일 밤 기도해야 하는 인생이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있는 힘껏,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고 내달려봐도 ‘차경선’은 그림자처럼 제 뒤를 끈덕지게 쫓아오는 폭력과 불행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이름을 훔치고, 인생을 훔쳐서라도 제 등에 매달린 숨막히게 무거운 불행을 잠시라도 떼어놓고자, 그렇게 차경선은 자신을 버린다.


윤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못한 그 결심에 우리는 어떤 잣대를 들이밀 수 있을까.

토악질을 하며 시체를 처리하는 모습은 역겹고 끔찍하기보다 간절하고 절박했다.

그녀가 죽인 것은 ‘차경선’,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며,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치미는 구토감을 꾸역꾸역 내리누른 채 차경선은 스스로를 죽였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하지만 이것 역시 가진 게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평생을 빼앗겨 보기만 했던 사람은, 원래부터 그게 당연했기에 되찾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강선영으로 만났지만 어쩌면 차경선의 곁에 있어줄지도 몰랐을 사람이었음에도, 차경선의 인생은 언제나 불행했고 빼앗기기만 했기 때문에 그녀는 믿지 못한다.


차경선에게 뻗어지는 손은 항상 그녀를 밀쳐냈기 때문에, 자신을 잡으려는 손길마저 두려워하고 만다.


평생을 무겁게만 살아오던 차경선은

삶을 뒤로 한 채 공중에 투신할 때 처음으로 가벼워진다.

마치 나비처럼, 그렇게 가뿐하게 날아오른다.


그렇기에 차경선이 말한 “나 쓰레기야”라는 대사가 아프다.

쓰레기가 대변하는 주체는 무엇일까.

그 수많은 죄악을 저지른 경선일까. 아니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그녀의 삶일까.



[덧붙임]

이 영화를 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차경선의 건조하고 텅 빈 눈빛과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보이는 표정, 그리고 그 대사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 사람 아니야. 나 쓰레기야." 라는 그 한 마디가 왜 이렇게 깊이 남아 있을까. 날때부터 시궁창 속이었던 인생이었기에 평생을 그렇게 스스로를 쓰레기로 저주했던 것 같아서, 그런 차경선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 장면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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