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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21. 2023

'진짜' 여행의 시작은 오늘부터

[2일차] 개인 하늘, 진짜 발리 여행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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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13


우산 대신 카메라를 들 수 있다는 행복

비가 딱 그쳤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 16시 쯤이었던 것 같다.

발리에 도착해서 내내 오던 비가 그치고, 우산을 접었을 때의 그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이란. 그제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비 그치고 기뻐서 그냥 길거리 사진도 팡팡 찍었다.     


생각보다 작고 소중했던 우붓 왕궁

비가 그친 김에 우붓 왕궁에 구경이라고 쓰고 사진을 찍으러 갔다. 여행에 남는 건 역시 사진 뿐이라구. 비가 와서 우붓에서 계획했던 뜨랑갈랑 계단식 논이나 짬뿌한 릿지 워크, 몽키 포레스트까지 전부 못 갔는데 그래도 우붓 왕궁은 갈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원숭이 두창 생각하면 몽키 포레스트 안 간게 신의 한 수 같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사실 나는 왕궁이라길래 예전에 봤던 쁘람바난 사원이나 보로부두르 사원 같이 웅장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작고 소소했다. 우붓 왕궁이 사원이고 보로부두르 사원이 왕궁 같을 정도. 그런 압도적인 감상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동남아 특유의 이색적이고 전통적인 문양에 건축물이라서 아름다웠다. 비가 그쳐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다.     


사진 오백장 찍었는데 다 맘에 든다

여기서 2일 동안 못 찍은 사진들 진짜 엄청 찍었다. 발리 스윙보다 더 많이 찍었음. 특히 우리가 포토 스팟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찾아서 우리가 찍고 나면 모두 거기에 몰려서 사진 찍었다. 몇 번 촬영 부탁 받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케케. 예쁜 옷 입은 보람이 있어서 좋았다.     


걸어서 우붓 속으로.jpg

주로 앞모습을 많이 찍어서 뒷모습은 많이 없네. 이때 표정 보면 발리 스윙보다 해맑다.

순도 100%의 행복감이 담긴 표정들.


요기 신기한 플리마켓 겸 전통시장

비가 안 오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근처에 플리마켓과 전통시장 그 어드매에 있는 시장가에도 들려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괜히 신기해 보이는 길거리 상점에 들어가서 구경도 했다.


귀요미 해먹들

작은 크로스백(?)이랑 해먹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가게가 귀여워서 한 컷 담아왔다.


우붓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비가 그치고 그제야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게 된 우붓 시내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데가 있었어- 하고 걷다가 친구가 여기 어제 그 거리야! 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이런 이국적이고 기분 좋은 낯설음이 거리마다 느껴지는 이 순간이 바로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동남아 분위기 예뻐서 한 컷
비가 안 온다는 것만으로도 이 하늘이 너무 예뻤다.


요거 동남아에서만 피는 꽃이라더라.

아무렇게나 찍어도 너무 행복했다. 마치 조화처럼 예쁜 꽃.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친구의 최애 꽃이라고 했다. 생생한 한 송이가 떨어지는 걸 붙잡아 냉큼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다.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이 느낌이 너무 예쁘다

숙소까지도 걸어갔다.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그마저도 짧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좋았다. 맛있어 보이는 식당이랑 재밌는 가게들도 많았고, 고층빌딩 대신 낮은 건물들에 푸른 논밭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굉장히 자연과 함께 하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숙소 근처 이렇게 예뻤습니다

가는 길에 CIRCLE K라고 편의점에 들렀다. 한국 편의점 못지않게 잘 정리되어 있고 깨끗했다. 그리고 전날 코코 마트에서 못 봤던 쿠수카 칩이 있었다! 바비큐맛을 원했으나 없었기에 우선 치즈맛으로 하나 겟. 치즈맛도 엄청 맛있긴 하니까. 물이랑 간식들 이것 저것 구매했다. 나는 외국에 가면 항상 마트, 편의점 가는 걸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런 다양한 간식들을 먹어보고 구경하고 구매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여기서 계산해주는 캐셔 분이랑 했던 스몰톡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이지! 싶었다.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다.


아직 조금 음산하지만 숙소 사진도 처음으로 제대로 찍었다.

숙소 가는 길도 처음 제대로 찍어봤다.

아니 그때는 못 느꼈는데 왜이렇게 음산하게 찍혔지. 이렇게 음산하지 않아.. 훨씬 푸르르고 예뻤다..


호텔 수영장 너무 좋았다

드디어 비가 그쳐서, 처음으로 호텔 수영장도 이용해보았다. 폐장 시간이 20시라 닫기 전인 18시 반쯤 얼른 갔는데 우리밖에 없어서 마치 전세낸 것처럼 즐길 수 있었다.


너무 분위기 있어

첫날 제대로 못 봤던 수영장은 생각보다 굉장히 예뻤다. 사실 조금 따뜻한 온수풀 같은 걸 기대했는데 물이 세상에 엄청 차가웠다. 처음에 발 담그자마자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차가울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발만 담갔는데도 추웠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니 차갑던 물에도 조금 적응이 되면서 너무 신이 났다. 나는 물에 들어가는 걸 정말 너무 좋아한다. 이런 걸 아는 친구들은 생선은 또 안 먹는 내 식습관과 연관지어 동족을 먹을 수 없어서 그런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얼추 맞을지도 모른다(?)

 

신나가지고 역동적인 등짝

발리에도 사실 3박 정도 머무는데 얼마나 기대했으면 수영복을 3개나 챙겨왔을까. 이날 개장한 수영복은 노란색 원피스 수영복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청색, 녹색 계열의 배경이다보니 노란색이 굉장히 화사해 보여서 만족스러웠다. 한 1시간 정도 수영장을 즐기는데 또 보슬보슬 비가 내려서 얼른 들어갔지만, 휴양지에 와서 수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https://goo.gl/maps/LuFnsRAz6L2VVLsi6

분명 점심을 많이 먹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수영하고 나니 또 금세 배가 고파졌다. 위장이란 참 대단하다. 그렇게 많이 먹고도, 때 되면 항상 배가 고파. 저녁은 딱히 정해놓은 게 없어서 아까 숙소 올라오면서 봤던 식당거리 둘러보고 랜덤픽 하기로 했고, 마침 눈에 띈 곳이 ROUGE 라는 곳이었다.

 

엄청 넓고 요거보다는 더 밝은 내부였다

넓고 쾌적하고,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날씨가 후덥지근 하고 비가 많이는 아니라도 조금씩 내려서 야외 대신 내부로 들어왔다. 음식은 현지식, 양식 모두 있었다. 나시고렝이랑 롤 종류를 하나 시켰던 것 같다. 그리고 데뽁에서 자주 먹었던 Teh Manis를 시켰는데, 그때 그 맛이 안 나서 아쉬웠다.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었다.     


돼지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있어서 더 좋았다. 사람 안 무서워하고, 우리 밥 먹으니까 음식 냄새가 났는지 계속 우리 주위 맴돌면서 애옹 울었다. 귀여워. 바보같이 생겼다.


밥 먹는데 갑자기 스콜이 왔다. 역대급 비라서 친구랑 둘 다 너무 놀랐는데, 다행히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에는 그쳐있었다. 초 럭키. 원래는 밥먹고 빈땅 슈퍼마켓 가볼까 했는데 나의 체력 소진 이슈로 인해 숙소 돌아와서 쉬었다.


나는 여행가면 항상 하루에 1-2개 정도만 다니고 오후에는 호캉스 내지는 그냥 쉬엄쉬엄 산책이나 하는 스타일인데, 친구는 좀 빡세게 다니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이날 내 얼마 안 되는 여행 인생 중 역대 최고로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상당히 지쳤었나보다.


그럼에도 비가 그쳤기에, 우산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에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그치고 나서 그 희열감과 짜릿함, 행복함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최고의 하루였고,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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