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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10. 2023

오늘 발리의 하늘은
오랜만에 개일 예정

[2일차] 여유롭고 평화롭고 게다가 비도 그친 완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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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11


정말 고즈넉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분위기

식당까지 가는 길은 진짜 힘겨웠는데, 도착하고 난 식당의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주변에 큰 건물도, 북적거리는 사람들도,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도 모두 없이 오로지 정갈한 빗소리만 들렸다. 게다가 발리 특유의 진한 향 냄새도 없고, 약간 눅눅하고 비릿한 풀냄새와 비냄새,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어우러지니, '고즈넉하다'는 말보다 이 분위기를 더 잘 표현할 수 없었다.


주방도 옛스럽고 멋지다

위에 움막처럼 큰 짚단같은 지붕이 얹어져 있어서 전통적인 느낌도 나고, 정말 자연 한 가운데에서 밥을 먹는다는 실감이 났다. 특히 주변이 전부 논밭과 풀들로 초록빛이다보니 저절로 눈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다

식당 측면에 뷰 보면서 먹을 수 있는, CHORA 레스토랑에서랑 비슷한 뷰의 자리가 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관계로 거기는 포기했다. 그래도 충분히 자연뷰 중식 너무 최고.     


사떼 아얌과 나시 짬뿌르

발리에 왔으니 당연히 먹어봐야 할 현지식들을 시켰다. 미고렝이랑 나시 짬뿌르, 그리고 사떼 아얌까지. 맛은 특출나게 맛있다! 하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분위기 탓일까.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다. 사실 사떼 아얌은 예전에 족자카르타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서 아쉬웠다. 이런 땅콩 소스맛이 아니라 조금 더 불맛이 나는 깊은 맛이 있는데.


내 사랑 미고렝! 제일 맛있었다.

나시 짬뿌르는 생각보다 그냥 그랬고, 미고렝이 맛이 괜찮았다. 그래도 역시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간이 셌다. 미고렝도 이 식당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는 거지, 이전에 데뽁에서 먹었던 그 맛은 또 아니었다. 마치 타지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현지인 같은 리뷰인듯.


내가 봐도 정말 잘 찍은 것 같다. 풍경이 다 한 사진이지만.

식당 뷰 다시 올려야지. 너무 예쁘고 이 때의 기분이랑 느낌이 아직도 생각나고 좋다. 그 폭우를 뚫고 와서 여유롭고 한가하게 빗소리 들으면서 맛있는 밥을 먹을 때의 그 느낌이란. 1달도 더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생생하다. 일에 치이면서 바쁘다보니 이곳의 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그립다. 나 돌아갈래..


열대지방의 자연은 또 다르다. 그만의 운치가 예쁘다.

밥 먹고 나왔더니 비가 정말 미친 듯이 쏟아졌다. 아까 식당 들어갈 때도 많이 온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러다 다 잠기겠다- 싶을 정도.

그런데 논밭 뷰가 너무 예뻐서 그 폭우마저도 이제 아름다운 한 운치로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 먹고 기분 좋았던 것도 한몫했다. 사람의 기분이 이렇게 같은 폭우임에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구나 느꼈다. 그래도 비가 엄청나게 와서 그랩 타니까 다리에 치마에 다 젖어 있더라.


https://goo.gl/maps/oit1kpLp1SEDTJja8


아까 밥먹으러 가면서 봐둔 카페가 있었다. 

SNOW JAM CAFE 였는데, 여기는 원래 가려고 계획했던 장소는 아니었으나 즉흥적으로 예뻐보여서 픽했다. 도착하니 내부가 굉장히 넓고 한국식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조명 너무 귀여워.

일단 이 넓은 공간에 우리밖에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좋았다. 마음대로 테이블도 쓰고 계속 여기저기 다니고, 밥 먹을 때도 배고파서 정말 밥만 먹었다가 드디어 여유롭게 앉아서 서로 수다를 떨 시간이 생겼다. 


아직 비 안 그쳤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동그란 테이블 위에 귀여운 장난감, 얼핏 보이는 창밖으로 펼쳐진 녹색의 향연까지.

별 거 없는 평범한 사진인데도 그 카페만의 분위기가 잘 담긴듯 해서 마음에 든다.


한국에 발리까지 퓨전 느낌이다.

이 카페에서 제일 좋았던 게 야외 테이블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정자 느낌이 나는데,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또 앉으면 예뻤을 것 같은데 문제는 좌석이 다 축축했다. 비가 안 왔으면 이 야외 테이블들이 만석이었을텐데, 그리고 우리도 야외에 갔을 텐데 아쉬웠다. 아쉬운 대로 카메라로 열심히 담았다.     


요 위도 올라갈 수 있는 곳일까

테이블 외에도 야외 쪽 자체가 굉장히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한국적이었던 내부랑 다르게, 야외는 좀 더 초록초록하고 발리 느낌이 강했다.


사진이 잘 나오는 것도 인지상정

돌담길 사진 예쁘게 나오더라. 옷 색도 의도치 않은 톤온톤이라 좋다.

 

여기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을까.

제일 마음에 들게 찍힌 사진. 

아리 애스터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찍혔다. 비 내리는 것도 사실적으로 찍히고 어둡지는 않으면서 묘하게 크리피한 느낌을 주는 게 취향 저격 딱이다(?) <유전> 속에 나오는 인형의 집 같지 않은가.


커피는 연하고 조금 더 씁쓸했다.
버터 3초 뒤에 다시 떨어짐.

비가 와서 날씨가 제법 쌀쌀했기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팬케이크를 시켰다. 발리에서 먹은 커피들이 대체로 다 순했던 것 같다. 한국만큼 원두를 바싹 태우지 않는 느낌. 커피 맛에 정통하지는 않으나, 입맛에는 발리 커피가 더 잘 맞았다. 팬케이크는 사실 별다른 거 없이 메이플 시럽만 뿌려져서 나와 아주아주 조금 아쉬웠다. 생크림이나 과일 토핑이 있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빵 자체가 보들보들하고 달달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비 그쳤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이제 슬슬 나가서 다른 곳도 구경을 하고 싶었다.

당연히 비가 오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언뜻 밖을 봤는데,

드디어 비가 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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