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 발리스윙을 막을 수 없다. 폭우 조차도.

[2일차] 이건 발리스윙인가 흠뻑쇼인가.

by J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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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첫날이 지나고 성큼 다가온 둘째날.

이 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리 스윙을 타는 날이었다. 아침 7시쯤 기상.

전날 밤 친구랑 손이 발이 되도록 비 오지 말라고 빌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비가 그쳤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나는 이번이 발리 2회차인데, 예전에 누사페니다 섬 투어를 갔을 때 친해졌던 가이드 아저씨가 한 분 계시다. 아무래도 그랩이나 고젝이 편하긴 하지만 잡힐지 안 잡힐지도 모르고 일정 시간 동안 드라이빙 서비스 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느껴서 한국에서부터 가이드 분이랑 소통해서 예약을 잡았었다. 오늘 8시 픽업으로 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딱 나갔는데, 차 타자마자 비가 또 쏟아졌다. 우울.


20230702_083639.jpg 비가 너무 와서 스윙은 개장도 안 함.

발리에는 스윙 스팟이 여러 개가 있다. 처음에 알아볼 때 발리스윙이 하나의 관광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여러 곳에 있더라.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것도 미리 클룩으로 예약하고 갔다. 입장료는 2인 53,600원이었다.


비가 쏟아진다 쏟아져

도착 해서도 비가 진짜 콸콸 쏟아졌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일찍 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우리랑 외국인 언니들 한 3-4팀? 근데 생각해보면 일찍 갔던 탓이 큰 것 같긴 하다. 우리 사진 찍고 들어오니까 그제서야 사람들 많이 왔었다.


20230702_083750.jpg 빗방울 순간포착! 랑종 느낌 나서 좋다.

뷰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정글뷰 너무 좋아. 우거진 녹색 나무들 사이로 비가 오다보니 연무 같은 게 몽글몽글 올라왔는데, 꼭 에코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두근두근했다. 랑종, 곡성 느낌이랄까. 의도치 않은 취향 저격(?)


대기하면서 무슨 서약서 같은 걸 썼는데, 다쳐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니 어라 위험한가 싶어서 살짝 겁먹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오케이 서명을 하고 드레스를 대여했다. 발리스윙 사진을 보면 다들 총천연색의 채도 쨍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찍는데, 이게 다 대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여비는 별도. 250,000루피아(=한화 약 2만원 정도) 였다. 인니 물가 고려하면 엄청나게 비싼 셈. 입장료만큼 비쌌지만, 그래도 여행 왔는데 사진 한 컷을 남기기 위해 뭘 못할까.


20230702_083759.jpg 발리스윙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 왜 찍었을까. 입구였나.

드레스는 취향을 말하면 추천을 해주신다. 무조건 뒤에 길게 늘어진 드레스에 빨간색을 원했는데, 제법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레스도 입혀주시는데, 누브라나 끈없는 속옷 입고 가는 거 추천... 한평생 이렇게 등짝 휑한 옷을 압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민망했다. 그리고 비가 와서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가져간 가디건 걸치고 파들파들 떨면서 다시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


한 1시간쯤 기다렸을까, 너무 추워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다른 팀은 비 따위 개의치 않고 흡사 흠뻑쇼마냥 다 젖으면서 사진 찍으심. 그래서 일단 스윙을 타러 향했는데, 마침 하늘이 도왔는지 비가 좀 사그라들었다. 덕분에 가장 메인이 되는 포토스팟에서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경유 때 우리를 굽어살핀 조상신의 두 번째 도움이다.


IMG_4837.JPG 역시 녹색엔 빨간색이 대비가 좋다

스윙을 타면 전문 포토그래퍼 분이 계신다. 나중에 스윙 다 즐기고 사진방(?) 같은 곳에 가서 찍힌 사진 보고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전부 구매했다. 가격은 200,000루피아였던 듯. 이분 외에도 핸드폰을 맡기면 사진을 찍어주시는데 잘 찍어주셔서 아주 만족. 전문 카메라는 색감 보정이 돼서 그래도 너무 칙칙하지 않게 나오긴 했으나, 자연광 받았으면 정말 오백배 더 예뻤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20230702_100752.jpg 폰카도 만족도 100%. 스윙 재밌어서 한껏 신난 등짝.

메인 스윙 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냅다 공중으로 슝 날아가서 처음에는 비도 오고 미끄러워서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신나가지고 포토그래퍼 분이 포즈 취하라는 거 듣지도 못하고 그네만 탔다 ㅋㅋ. 암튼 나는 요 메인 스윙이랑 플라워 스윙, 버드네트 스윙, 베드 스윙 이렇게 3가지 더 타고 사진 찍었다. 베드 스윙은 친구랑 같이 타고 찍었는데 이때는 잠깐 소강 상태였던 비가 다시 많이 와서 생각보다 표정이나 사진 구도가 안 예뻤다. 오히려 기대 안 했던 버드네트 스윙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완전 짱추 강추.


아 그리고 플라워 스윙을 제일 기대했는데, 요거 마음에 안 들게 나와서 너무 슬펐다. 원래 포토그래퍼 분이 포즈도 다 지정해 주시는데 여기서만 자유포즈 했던 것 같다. 사진 알못이라 그런가 다리를 꼬고 찍는 게 예뻐서 그렇게 했는데 치마 밖으로 나온 종아리가 무슨 닭봉처럼 나왔다. 친구랑 아직도 그 사진보면 저항없이 웃는다. 심지어 색감이 전부 강렬해서 내 허연 종아리만 합성해놓은 것 같아서 더 웃겨.


그 뒤로는 비가 너무너무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액티비티용 스윙들은 하나도 못 탔다. 너무 타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미끄러워서 너무 위험할 것 같더라. 익스트림 스윙이었나, 재미있어 보였는데 아래 안전장치가 없더라...? 이래서 익스트림인건가 싶었다. 아무래도 생명 담보면 익스트림하게 즐길 수 있긴 하다. 짜릿하겠지.


20230702_120441.jpg 비 맞아서 다 번져버린 알로하 스윙 도장

발리 스윙 타고 나니까 12시쯤 됐었다. 비 그치길 기다리고 사진찍고 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리다니. 그래도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다 찍고 나니까 그 뒤로 차들이 줄줄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시간 잘 맞춰서 찍었다 싶기도 했다. 입장 스탬프를 처음에 못 찍어서 잠깐 옷 갈아입으로 들린 숙소에서 찍었는데 비와서 다 번졌다. 그래도 착한 마음으로 보면 ALOHA UBUD SWING 이라고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https://goo.gl/maps/hfFkfiXDzV4K8JXGA


아침도 안 먹고 스윙 타러 갔는데, 나는 대체 무슨 깡이었을까. 한 끼만 못 먹어도 헉헉대는 체력인 주제에. 그러다 보니 배가 진짜 너무 고파서 호다닥 점심 먹으러 갔다. 우붓 여행 후기 보다가 BAMBOO KITCHEN 이라는 곳이 너무 좋다길래 여기 왓츠앱으로 예약하고 찾아갔다.


20230702_142057.jpg 논두렁길 아닙니다. 식당 가는 길입니다.

근데 아무리 식당을 찾아도 표지판만 있고 없는 거임. 그래서 구글맵을 한 5번 확인하고 식당까지 드라이빙 서비스 해주기로 한 가이드 아저씨랑도 열심히 논의한 결과 눈 앞에 있는 저 논밭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쉽지 않았다.


20230702_130807.jpg 사실 여기 지나갈 때 좀 대자연의 호러 느꼈음.

이 푸르른 논밭 뷰가 보이는가. 정말 말 그대로 논밭이다. 표지판도, 사람도, 건물도 뭐 아무것도 없고 저런 조그마한 움막 같은 것만 띄엄띄엄 있었다. 지금 보니 저 멀리 차가 눈에 띄긴 하는데 암튼 당시에는 아무것도 못 봤었고 가이드 아저씨의 차도 여기 못 들어오고 사람도 딱 우리 둘뿐이고 하니까 괜히 무섭기도 했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낙오된 기분이랄까. 비가 진짜 너무 많이 오는데, 하필 돌길이라 미끄러워서 정말 조심조심 걸어서 식당에 도착한 순간. 세상에. 식당이 너무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