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발리에서 싱가포르를 지나, 다시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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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때 정말 설레고 기분 좋게 내렸던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벌써 돌아갈 시간이다. 빈땅에서 잔뜩 사온 과자와 간식거리들을 캐리어에 기적처럼 다 담고 수하물로 부쳤다. 아 그 전에 공항 들어오자마자 기념품 점이 있길래 드림캐처도 하나 구매했다. 드디어! 이 드림캐처는 지금 내 방 벽에 예쁘게 걸려있다.
탑승 수속 마치고 면세점 구경을 했다. 사실 밖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수속 하고 들어오니까 안에 공항이 진짜 넓더라. 명품샵은 별로 안 끌려서 설렁설렁 구경하고 넘어갔는데, 발리 물건들 모아서 파는 곳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거기에 마그넷이 있을 법 해서 간 거였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마그넷은 없고 대신 예쁜 라탄백이 잔뜩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괜찮았어서 2개나 사버렸다. 그래도 사가지고 온 가방은 지금 회사에서나 어디 나갈 때나 정말 알뜰 살뜰하게 잘 들고 다녀서 보람있는 소비였다.
그 이후로는 동일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탔고, 두 번의 기내식을 먹었다.
발리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동안은 1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라서 기내식 먹으니까 그냥 끝났다. 무슨 스파이시 치킨 수프 였던 것 같은데, 얼큰하고 맛있어서 처음으로 기내식을 싹 비웠다.
요건 싱가포르에서 한국 올 때 먹은 기내식. 원래 스쿠트보다 싱가포르 항공이 더 밥이 맛있는데 이번엔 반대였다. 그냥 그랬다. 대신 싱가포르 항공은 저 빵이랑 버터를 주는게 너무 좋았다. 유일하게 맛있었던 것.
출국 때 겪었던 경유 이슈로 잔뜩 긴장한 우리는 싱가포르 항공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냥 게이트 앞에서 죽치고 기다렸다. 경유지에는 이제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한국어가 들리는 게 너무 싫더라. 정말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고, 마치 강제로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약간의 트래블 블루를 겪으며 경유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벌써 발리에 다녀온 지 3달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을 7월 28일에 썼고, 업로드를 9월 18일에 하고 있으니 다녀온 지 정말 오래 되었다.
3달은 꽤 긴 시간임에도, 나는 아직도 발리를 회상하면 그 때 그 분위기, 그 감성, 그 공기, 그 냄새, 그 음식, 그 순간이 기억난다. 사진을 엄청 들여다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발리가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 탓에 귀국 직후부터 약 1달간을 위장염에 걸려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발리에 한 번 더 갈래? 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하겠다.
발리 특유의 그 여유롭고 한가한 분위기가 좋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일이나 업무에 쫓길 필요도 없는 완벽한 쉼의 공간.
발리는 나에게 천국의 섬 그 이상의 정신적인 휴양지 인 것 같다.
하염없이 짧게만 느껴졌던 나의 두 번째 발리 여행기는 이렇게,
조금의 아쉬움과 서운함, 약간의 우울감, 그리고 수없이 많은 추억과 꺼내볼 수 있는 행복감을 남기며 끝이 났다.
굿바이 발리, 오래지 않아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Sampe Jumpa B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