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습관, 하지만 고작 습관.

by 유자

내가 삶에서 가장 간절하게 중요하다 느끼는 것은 상상력과 믿음이다.

그건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과 '그것을 진짜 가능하다고 믿는 믿음' 이다.

우리는 모두 랜덤으로 태어난다. 나는 어쩌다 보니 한국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나의 부모는 성실한 노동자였다. 이게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삶의 기본값이었다.

내 부모는 성실하고 순응하는 태도로 삶을 살았고,

내 나라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믿지 못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려 하며, 자책과 우월감을 동력으로 살아갔다.

내 부모의 성실하고 순응하며 사는 모습을 나는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또 내 나라 사람들처럼 자책을 밥 먹듯이 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워 자기 계발 하려 했다.

어릴 때부터 대안적인 삶에 더 끌렸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내 삶은 물려받은 그대로 여전히 성실하고 순응하는 삶이다.

대안학교에 갔지만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제도권의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냥 대학만 들어가지 않고, 알바 열심히 하며 하루하루 지내왔다.

학교를 빼먹거나 어딘가로 한참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한다거나 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잠깐의 치기로 끝나버렸다.


분명히 모양은 다르지만 그 속의 패턴은 내 부모가 내게 물려준 삶의 형태와 똑같다. 나는 성실하고 순응하는 그 삶의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를 상상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철학과 예술을 좋아하고 자신의 중심을 잘 세우는 삶에 대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늘 자신을 믿지 못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려 하는 한국 사람의 패턴을 똑같이 반복했다.


그것은 태어나면서 물려받아 그 뒤로 한번도 버린적 없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오래된 습관은 변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작 습관이기도 했다.

절댓값처럼 영원히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몸에 익은 무엇일 뿐이었다.

하루하루 다른 삶과 다른 동력을 상상한다. 그리고 시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