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집게 일기강사의 초대장
나는 지금 30살이고, 17살부터 일기를 써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마음을 풀어낼 곳이 일기밖엔 없었다.
그런데 17살엔 아무리 일기를 써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지금 와서 보면, 일기도 분명 기술이 필요하다. 그땐 초보자였기에 그저 욕을 하거나 감상적인 이야기를 적을 뿐이었다. 그건 일종의 배설욕을 채워줬지만, 거기까지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인생에서 가장 오래한 것은 일기 쓰기다. 다른 어떤 것도 이렇게 오래 해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이든 10년 이상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 일기의 기술자다.
일기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스스로에게 진짜로 말을 거는 것이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쓰다가 지겨우면, 그냥 이렇게 적는다. “아, 근데 쓰기 싫다, 지겹다.” 그게 바로 일기의 기술이다
—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
나에게는 작은 도구도 있다. 조금 간지러울 수도 있지만, 나는 종종 존댓말로 일기를 쓴다. ‘가을이 왔어요.’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대답하는 나는, 반말의 질문을 받는 나와 사뭇 다르다. 마치 다정하지만 조금 어려운 사람에게 털어놓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반말의 나와 대화할 때는 마음이 한없이 징징거리고 싶어져서, 푸념밖에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존댓말의 나와는 조금 더 꼿꼿하게, 내가 그려나가는 삶과 그 괴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은… 오늘…’ 하면서.
이렇게 일기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여는 이유는, 일기가 내 모든 글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마주한 여러 순간들을 브런치에 기록하고 싶다. 이 이야기들에 공명해줄 사람들이 있음을, 이제 믿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과, 일기장 밖에서 함께 숨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