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산 휴양림에서
"어서 와"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한 얼굴로 모두 인사를 건넸다.
나를 제외한 참석자 전원이 이미 둘러앉아 이른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오후 5시 30분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이다. 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 대출해 온 책을 반납하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컵을 사 와야 하는 미션을 해결하다 발걸음이 더뎌진 탓이었다.
오늘은 2기 글쓰기 수업의 마지막 날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교수님은 3기 수업부터 강의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고, 우리에겐 더 이상 교수님의 수업이 없다는 사실이 모두의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아쉬운 마음을 전하니 마지막 수업은 '문학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1박 2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교수님의 아이디어는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실행에 옮겨졌다. 누군가는 휴양림 숙소를 예약하고, 누군가는 장을 보고, 누군가는 회비를 걷어 모았다. 모두가 기꺼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오늘의 1박 2일이 성사된 것이다. 저녁 식사에는 모두의 시간과 정성이 더해졌고, 푸짐하게 차려진 상 위로 웃음과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저 수강생이 아니라 이미 작은 동아리 같았고, 교수님은 모임을 활성화해 동인지를 만드는 단체로 거듭나게 초안지까지 만들어 오셨다.
두 시간여의 식사와 사담이 이여진 후, 비로소 진짜 수업이 시작되었다. 주제는 '문학의 밤'. 이름만큼 근사한 무언가가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에게 숙제로 내주신 동화 한 편씩이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서툴지만 숙제로 써온 동화 한 편씩을 각자 돌아가며 읽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이야기고, 누군가는 실 생활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동화로 구성했으며 나는 고양이의 모험을 써서 발표했다. 교수님의 피드백은 정성스러웠다. 문장의 흐름을 다듬어야 할 부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부분, 언어를 대체해야 할 부분,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 주셨다. 모두는 받아 적느라 바빴고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음에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생전 처음 써본 동화라는 장르를 더 배우고 싶다는 갈증에 질문을 멈출 수 없게 했다. 그 시간만큼은 어떤 강의실 수업보다 뜨거웠다. 우리는 모두 늙은 학생들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가져오신 초를 각자 하나씩 밝혀 들고 5분 동안 명상한 후 함께 모여 사진을 찍으며 수업을 마쳤다. 늦음 밤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 서너 명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은 작은 상을 가운데 두고 마른안주 북어포에 맥주캔 하나씩을 들고 시, 산문, 동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구퉁이 작은 방에 몸을 누이며 읊조렸다. '오길 잘했네'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침 해가 뜨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지겠지만, 이 밤의 기억들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 문학의 밤은 단지 마지막 수업이 아니었다. 글을 통해 나의 삶을 들여다보았고 다시 힘을 얻어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었다. 9월 둘째 주에 시작되는 3기 글쓰기 교실에는 새로운 선생님이 오실 것이다. 어떤 선생님이 오실지, 어떤 내용의 배움을 주실지 설례는 맘으로 기다리고 있다. 1~2기 교실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3기에는 어떤 것을 알게 될까 기다려지는 것이다.
ㅇㅇㅇ교수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