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그려내는 인생 스케치
인생을 살아보니, 우리는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연속 속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매일 같이 놀던 동네 친구, 학창 시절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 직장에서 고민을 주고받던 동료 등.
모두 한때 내 삶의 한 부분에서 함께했던 일명 찐친들인데, 어느 순간 연락이 뜸해지고, 만남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추억 속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업, 취업, 결혼을 거치며 시간이 흐름에 부모님은 자식들 곁을 떠나가셨고, 형제자매들의 만남도 점점 공식적이고 의무적으로 바뀌면서 멀어져 간다. (물론 안 그런 집도 드물게 있다. 주위에서 보고 들은 바.)
'진짜 친구라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던 때도 있었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섭섭해했고, 만남이 예전 같지 않으면 우정이 식었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런 변화야말로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계속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관심사가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추구하는 가치도 달라진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다른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도 각자의 속도로 변해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의 궤도가 달라지고, 만남의 횟수도 줄어든다. 이것을 관계의 실패로 보기보다는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기존 관계가 멀어질수록 새로운 만남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생각지 못한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마치 인생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을 적절한 시기에 보내주는 것 같다. 혼자라고 느끼던 순간에 나타난 새로운 친구, 나만의 동굴 속에서 힘들어할 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친구,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나 여행할 때만 만나는 여행 친구. 이런 경험을 통해 만남이라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리라, 어떤 필연처럼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짐 역시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아쉽고 섭섭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헤어짐이 있었기에 새로운 만남이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의존적이었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아를 찾기도 하고, 상처를 통해 더 깊은 공감 능력을 기르기도 한다.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전주곡인 셈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기차 여행과 같다. 각 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어떤 사람들은 짧은 구간만 함께하고, 어떤 사람들은 긴 여정을 함께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승객은 자신의 목적지에서 내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그 시간 동안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헤어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아쉬움보다는 감사함이 앞선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인생은 길고 세상은 좁으니까.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 인생을 성장하게 만들고,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만남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고, 헤어짐이 없다면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지 않는다.
이제는 헤어짐을 섭섭해하지 않는다.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 다가올 것이고 그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일들이 내 삶에 펼쳐 칠 것을 알기에.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내 인생이 완성되어 가는 긴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