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전 점수

여러분의 운전 점수는 얼마인가요?

by 여행강타

“운전 점수가 어떻게 되세요.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 나의 운전 점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운전할 때 어떤 앱을 사용하세요?”

“저는 네이버 앱을 사용하는데요.”

“그럼, 그 앱에 들어가 보실래요, 거기 고객님의 운전 점수가 있습니다.”

“아 그래요. 잠시만요. 네 진짜 있네요. 75점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럼, 할인율에 적용이 안 되네요.”

자동차 보험을 늘 한군데 정해놓고 들었었다.

어느 순간 보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고도 낸 적이 없는데, 매년 조금씩 내려가던 보험료가 언제부턴가 제자리에 머물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에 있는 비교 사이트를 클릭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무료로 견적을 내주며 본인들 보험회사에 들것을 권했다. 장점만을 피력하며.


지난해에는 ‘악사’에 보험을 들었었다. 주행한 키로 수를 측정해 되돌려주는 후 입금 방식이 아닌 선할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일단은 애초에 보험금을 적게 내니 엄청 싸다는 인식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보험은 꼭 들어야 하는 것이고, 나는 이용을 한 번도 안 할 것이기에 최대한 저렴한 보험이 필요했다. 그렇게 따져보고 보험료가 선할인에 제일 저렴한 악사를 선택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험 갱신 기한이 돌아오니, 두 달도 훨씬 전부터 ‘만기도래’라는 문구와 함께 보험회사의 문자를 받기 시 작했다. 지난해에도 악사에 들었었고 별일 없이 지났기에 올해도 악사에 들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비교 사이트에서 자꾸 전화가 걸려 왔고, 올해는 더 저렴한 곳이 있으니 비교해 보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는 바람에 비교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DB, 롯데, 삼성, 악사 등등, 전화 통화를 하며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전해 왔건만, 한 번도 점수에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점수가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운전해 왔는지 돌아보지 않았던 탓이다.

운전 습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그 점수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는 말이 처음엔 낯설게 들렸지만, 생각해 보면 합리적인 방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일부러 보험금을 노리고 사고를 내는 몰염치한 사람들이 있고, 본의 아니게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나는 사고가 잦다 보니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을, 운전 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안전 운전해 사고 유발을 줄인다면 보험료는 낮아질 것이기에 이러한 개인의 운전 습관까지 세밀하게 평가하는 시대에 기술이 더해진 것일 것이다.

점수 하락의 원인이 과속이라는 내용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나른 사람들보다 덜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스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나름대로 안전하게 운전했다고 여겼을 뿐이다.

운전은 내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종의 생활 습관이다. 길 위에서의 태도는 종종 내 성격과 성향을 드러낸다. 누군가 앞에서 규정 속도로 가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에 속도를 높이고 추월한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면 될 것인데 습관 때문인지, 과속 단속 카메라가 출현해야 브레이크에 발을 얹는다.

운전 점수는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엔 나의 성향, 내가 타인을 어떻게 배려하는지, 스스로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흔적으로 남겨져 있다. 나의 습관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정직한 데이터, 감정도 판단도 없지만, 내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내비게이션은 오직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로만 인식했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어느 보험으로 할지 고르는 동안 나의 운전 점수를 알게 해 줬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해 줬다. 나의 운전 습관은 쉽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자주 점수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확인한다는 것은 신경을 쓰고 자신을 조금 더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어쩌면 점수는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다시 과속할 것이고, 급가속에 급감속할 것이다. 하지만 느리게, 조금씩 변할 것이다. 이젠 알고 있으니까. 그 숫자가 말해주는 조용한 충고를.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