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여자는 조용하다.
그 여자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소리와 냄새에 예민하여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며 '기본에 충실하자'란 모토를 가지고 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뭐든 배움에 진심이다.
또한 그 여자는 심심하고 따분하고 지루함을 못 참아한다. 혼자 집에 있는 것 또한 좋아하지 않아 지금 보다 더 젊었을 때는 남편과 아들로부터 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이라도 받은 날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 대학로까지 가서 연극을 보고 온다거나 아니면 영화를 한편 보고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잠깐 들여다볼라치면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 산 밑 그녀의 집 한 채뿐으로 새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 바람소리만이 있을 뿐 시끄러움이란 단어조차 모를 만큼 조용한 곳이었다. 그 여자의 부모님 또한 말수가 없고 말다툼 한번 없이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며 평생을 사신 분들이라 조용함의 극치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루어 짐작건대 어려서 그렇게나 조용함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보니 지금처럼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여자가 된 듯싶다.
그 여자는 바지런하다. 집에서도 한순간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여 뭔가를 하고, 또 뭐를 할까 고민한다.
등산과 테니스를 너무 좋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과 테니스코드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가며 살던 그 여자는 7년 전 크나큰 실의에 빠졌었다. 웃을 수도 없었고 먹을 수도 없었으며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하루종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시청하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켜둔 채 멍하니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세월을 흘려보냈다. 생각은 멈췄고 몸은 서서히 병들어갔다. 한여름에도 스웨터를 입고 있을 만큼 정신도 몸도 밑바닥을 향해 가라앉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녀 자신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슬픔을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3년이라는 시간의 세월을 흘려보내야만 했다.
시간이 약이다'란 말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였을까 그 여자는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녔으며 건강을 위의 체육관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그 여자의 마음 치료제인 여행을 하며 세상밖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려 노력했다. 여행은 정말 그 여자의 아픈 마음을 잊게 만들었고 편안하게 만들어 줬다. 여행은 그 여자의 치료제가 맞는 것이 확실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몸도 마음도 건강을 되찾은 그 여자는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