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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Mar 27.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그대


그 여자의 휴대폰 번호 저장 이름에는 '그대'라는 닉네임이 있다. 그 여자와 제일 많이 톡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그대'는 바로 그 여자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 여자는 슬하에 아들 하나만을 두고 있는데, 그 옛날 그 여자는 남들 다 한다는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처럼 자식 하나만을 두었다. 옛날엔 모두 그랬듯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혼기가 찼다하여 중매든 연애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다.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어떻게 기르는 것이 잘 기르는 것인지도 모른 채 열정 하나로 때론 엄격함으로 때론 훈계로 때론 사랑만으로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그녀도 함께 성장했다. 엄격함, 훈계, 사랑만으로 아이가 올바른 길로 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렇게나 무섭다는 중2병을 혹독이 도 치르며 그 여자의 아들은 물론 그 여자 또한 누구에게도 말 못 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착함과 말 잘 들음은 초등학교까지만 이었다. 매사에 명랑하고 의욕 넘쳐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그녀가 도와주지 않아도 반장 회장을 놓치지 않고 하던 아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자꾸 옆길로 새기를 반복하더니 급기야는 가출까지 감행하며 그 여자에 애간장을 끊게 하였다. 불행중다행이랄까 그 여자는 서울에 있는 아들을 20일 만에 찾아 데리고 왔고 아들도 중학교를 졸업하며 서서히 철이 들어갔으며 그 여자의 마음도 안정을 찾아갔다.


아들의 중학교 입학 며칠 후 학부모 회의가 있다 하여 참석한 자리에 한 선생님이 오시더니 말씀하셨다. "부모님들 이제부터 아이들 잘 살피시고 관리 부탁 드립니다. 중학생 시절이 제일 불안정한 시기이고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거짓말처럼 사그라지니 제발 관리 부탁 드립니다."라고. 정말 그랬다. 중학교 다니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언제 혹독한 사춘기를 치렀냐는 듯 잠잠함과 고요함으로 아들은 그 여자의 믿음과 사랑으로 순탄한 하루하루를 보냈고 학교 졸업 후 그 어렵다는 취업을 이력서 한 번으로 바로 패스를 했다. 그 여자는 숙제 하나를 끝낸 것처럼 너무나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말로 1년이 고비라는 말처럼 그는 딱 일 년이 되는 날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고 2년을 백수로 지내며 또다시 그 여자의 애간장을 끊게 했다. 한동안은 믿음으로 기다려줬고, 한동안은 닦달질로 다그쳤고, 한동안은 포기 상태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나 보다. 어느 날 취직이 되었다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의 이름을 대며 일 년의 수습이 있다고 했다. 그 여자는 지난번처럼 좋아할 수 없었다. 첫 번의 경험이 상기되었기 때문에.


그 여자도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알고 있듯 누구에게나 적성이 맞아야 오래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으며 또한 인간관계가 순탄해야만 오래도록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여자는 별 반응 없이 그의 직장 생활을 응원했다. 일 년 후 그는 수습 딱지를 떼었고 유일하게 혼자만이 정직원이 됐다며 그 여자에게 알려왔다. 월급은 첫 직장 많큼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해 좋다는 말과 함께. 그는 그 여자가 봐도 정말 심할 만큼 열심히 일을 했다. 남들 다 노는 휴일, 공휴일에도 출근을 했고 그 여자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해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였을까 일 년 전 명절 연휴 전 날에 그 여자의 휴다폰 너머로 승진해서 부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여자는 좋으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의 힘듦이 훤히 보이는 듯하고 빠른 승진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대'는 현재 그 여자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사랑, 아픔, 기다림, 기쁨, 배려 등등 모든 것을 알고 배우게 해 주었고 같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같이 살고 있지만 그것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삶에 있어 조력자가 되어 같은 시간대를 보내고 있다. 그 여자는 그대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그대는 나이가 들어 모든 게 느려지고 한 박자 늦은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배려하고 채워주려 노력한다. 부모 자식이란 그런 것 인가보다. 어려서는 부모의 사랑 안에서, 늙어서는 자식의 보살핌으로 순환되는 각자의 삶 속에서 그 여자도 그대도 큰 일 없이 평탄한 하루하루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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