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벨파스트>
여느 때처럼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볼지 돌아보다가 단지 흑백영화라는 점이 흥미로워 찜해두고 봤었다.
이 영화는 1960년대 북아일랜드 분쟁 시기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하며, 북아일랜드 노동자 가정의 삶을 다룬다. 주인공 버디의 가족은 개신교 집안이고, 영화 시작부터 벨파스트 내에서 가톨릭교도들을 배척하는 개신교 세력의 폭동이 일어나는데, 버디의 엄마는 밖으로 나와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한바탕 난리가 난 후, 마을 사람들은 방벽을 쌓고 마을을 지켜내고자 한다. 실상은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였지만.
그 후 소소한 행복이 넘치던 마을은 서로 편을 갈라서 냉랭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폭동세력은 버디의 아버지에게 협박과 회유를 하며 편을 신중하게 고르라고 한다.
그러나 버디네 집안은 편 가르기엔 관심이 없었기에 계속해서 눈칫밥을 먹게 된다.
우리 동네엔 누구 편 같은 거 없어 버디.
전에도 없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 버디의 부모님은 벨파스트를 떠나야 할지, 남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버디의 아버지는 영국 본섬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회사에서 런던에 집을 내준다는 좋은 조건을 제안받아 런던으로 이사 가자고 설득하지만, 버디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기에 쉽지 않다. 더군다나 버디의 할아버지는 지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버디의 순진함이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자주 그려진다. 돈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보며 이해를 못 한다거나, 종교가 문제라면서 교회엔 왜 나가냐고 아버지에게 하는 질문 등의 장면들이 중간중간 웃기기도 하지만 가슴 한 켠으론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서글프기도 했다. 버디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천주교도일지 걱정하며 커서 결혼할 수는 있는지 아버지에게 묻기도 한다.
캐서린의 종교가 가톨릭이든 힌두교든 너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을 거야.
결국 버디네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 가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버디는 할아버지의 병실로 찾아가 런던에서의 생활이 걱정된다며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토로한다.
할아버지는 버디에게 벨파스트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알려주고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을 마치고 벨파스트에 홀로 남게 된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버디네 가족을 향해 ”잘 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 라고 이야기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를 포함해 영화의 출연진들 대부분이 실제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이다.
영화의 배경 시기 또한 캐네스 브래너 감독이 어린 시절을 보내던 때이기에 일종의 자전적 이야기로 영화를 풀어나갔고, 떠나는 이의 아쉬움과 남는 이의 서글픔이 감독의 분신일 수 있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잘 녹아들어 경험한 적 없는 관객도 몰입이 되게끔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편 가르기의 무의미함을 내포한 듯했다. 나도 일상 속 일어나는 작은 다툼부터 크게 일어나는 분쟁 등을 극도로 꺼려하고 피하기에 더더욱 공감이 되고 마음이 울린 듯했다.
벨파스트는 언제든 여기서 널 기다릴 거다 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