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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글을 썼다.
그냥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썼고, 운 좋게 상도 여러 번 받았다.
글을 쓰면서 영화 평론가가 되고 싶다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가, 연구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세 직업 모두 '글을 쓰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나의 꿈은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 시장이라는 현실에 내던져지자마자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관심 있던 연구 분야는 한국에서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영화 평론가나 저널리스트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나는 생각보다 똑똑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백여 군데 문을 두드려봤다.
좌절할 즈음, 소규모 영화 제작사 보조와 연구소 인턴이라는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두 기회는 너무나도 다른 길로 이어지는 선택지였다.
그때 서울에서 혼자 지내던 나는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고, 결국 연구소 인턴을 선택했다.
그렇게 연구소 인턴으로 일하다가, 다른 연구소의 비정규직 연구원 자리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어느새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없었다.
윗선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써야 했고, 매일이 성과와 실적, 숫자와의 싸움이었다.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서 회의를 해도 막상 보고서 작성 시엔 반영되질 못했다.
나는 결단해야 했다.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사무직으로 전향할 것인가.
당시 연구원이라는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나는,
결국 사무직으로 눈을 돌려 취업 시장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