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스물 여덟 번 째 이야기
병가를 하면 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더 바빠졌다.
약물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는 걸 곧 깨달았다.
친구의 추천으로 상담센터를 예약했고, 주 2회 정신과, 주 1회 상담 일정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치료 일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활을 시작했다.
병가와 동시에 약이 조절되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오로지 나의 병을 치료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집중력 약을 끊자 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비로소 보였다.
뇌는 이미 방전되어 있었고,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정신과 약의 부작용은 참혹했다.
매일 밤, 괴롭힘이 반복되는 악몽이 나를 덮쳤고, 꿈속에서도 나는 가위에 눌려 신음했다.
어느 날은 자고 있는 내 머리맡에서 귀신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쟤 안 자고 있어. 죽여버릴까?”
정말 그들이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는 너무 선명했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부작용이 있을 때 마다 약을 바꿨지만,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밤이 두려웠다.
잠들 수 없었고, 그 공포 속에서 밤을 새웠다.
겨우 해가 뜨고 나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쉼이 아닌 탈진이었다.
그 시기, 내게는 아침도, 밤도 없었다.
나는 다이빙 보드에서 뛰어내려 서서히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