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나의 목소리가 허공을 맴돌다 끝내 닿아야 할 이에게 닿지 못하고 가라앉는 것을 깨닫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미친 사람처럼 한글파일에 묵혀둔 마음을 풀어내기도 했고, 어떤 날은 일기장에 펜을 쥔 손가락이 허용하는 만큼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 결국, 누군가가 읽을 수 있는 온라인에도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속의 말들은 구토하듯 쏟아져 나왔고, 부끄러운 말들은 여전히 일기장에 묻혔다.
어느새 글쓰기는 강박처럼 내 일상이 되었다. 한 문장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키워드를 붙잡고 씨름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낙서처럼 아무 말이나 적었다.
그러던 어느 날, 펜을 굴리던 내게 질문 하나가 스며들었다.
“너는 왜 글을 쓰니.”
그 순간, 나는 멈췄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작은 사건 하나라도 기록해두는 일, 그것이 곧 나의 존재의 흔적이다.
결국 나의 글쓰기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말은 흩어질 수 있지만 글은 남는다. 오해받지도, 왜곡되지도 않는다.
작은 목소리로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지만, 글은 끝내 나를 증명한다. 나는 글로 살아 있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