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잠시 쉬어가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혹시, 사람들이 말하는 ‘프로불편러’일까?
나는 일할 때 효율성과 성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쓸데없이 긴 회의나, 명확한 방향 없이 반복되는 TF에는 늘 회의적이다.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이 있음에도,
사람 관계가 얽혀 비효율이 반복되는 업무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두가 고생하면서도 아무도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니 자주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 의견을 낸다.
그러면 어김없이 들려온다.
“나댄다.”
“불평불만이 많은 애다.”
그런 수군거림들.
물론 안다.
우리 회사가 보수적인 조직이고,
변화와 도전에 본능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해진 대로, 주어진 대로만 일하다 보면
업무수행자로서의 주체성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주체성을 잃은 업무는
현장을 모르는 윗사람들의 지시에 의해 쉽게 훼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정규직으로 입사해 혼자 전담했던 그 업무는
내가 자리를 옮긴 뒤 많은 변화를 겪었다.
후임자들은 대부분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개선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는 두 사람이 업무를 나누어 맡고 있으며,
자잘한 업무들은 다른 부서원들이 분담해 처리하고 있다.
덕분에 각 담당자는 맡은 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업무 역시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변화는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며,
동시에 해당 업무에 인원 충원이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거다.
조직은 각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명확하게 배분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업무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업무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배분해버리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결국 주체성과 판단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업무는 기계적인 절차로만 남게 되고,
그 순간부터 무너지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신뢰다.
내가 직무급제를 찬성하는 이유도 바로 이 맥락에서 비롯된다.
나는 단순히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회노동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