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가까워 졌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내가 얻은 것은, 죽음과 아주 가까워졌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은 언제나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죽음’이라는 단어를 처음 배우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밤이면 가족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 혼자 울며 일기를 썼다.
‘우리 가족, 내가 아는 사람 모두 평생 살게 해주세요.’
지금도 그 일기장을 펼치면 눈물 없이 읽을 수가 없다.
친할아버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기도만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죽음이라는 존재로부터 도망치기만 했다.
죽음은 멀리해야 하는 것, 가까이 가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며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공황장애는 죽음이 나를 삼켜버리는 듯한 극심한 공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죽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을 때는
죽음이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하나의 출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죽음은,
막상 내가 스스로 다가가려고 하니 되레 멀어졌다.
언제나 나를 향해 그림자처럼 다가오던 죽음은,
내가 손을 뻗자 뒷걸음질쳤다.
죽음은 내 뒤에 늘 조용히 머물러 있는 존재였다.
물론 언젠가는 나를 데리고 가겠지만.
상담사의 조언으로
반려견을 데려왔을 때,
나는 그날 죽음도 함께 데려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존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조심스레 품었다.
죽음은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 생각하니 살아지게 됬다.
먼 훗날,
죽음이 나의 반려견의 손을 잡는 날이 오면
나는 조용히 바라볼 것이다.
나는 죽음의 일부이며,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이제 나는 두렵지 않다.
나의 삶을,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