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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DIVE

2막 두 번 째 이야기

by 라라클

매일 아침, 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워야 했다.

그건 나 자신과의 싸움도 아니었고, 의지의 문제도 아니었다.


5분 간격으로 맞춰 둔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도

나는 눈을 뜰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깊은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잠식된 채

그저 시체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어느 날은 침대 밑으로 몸이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동료에게 부탁해 연차를 내야 했다.

연차를 모두 소진하여 다음년도 연차를 당겨 써야 할 정도 였다.


수면제의 약효가 남아서 그런 걸까.

의사와 상담을 했지만, 약의 양을 줄일 수는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당신이 나으려면, 회사라는 문제의 공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당시의 나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새로운 도전은커녕,

현재의 삶을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누가 나를 대신 끝내주지 않는 이상,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다.


아무도 내 어둠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알아채길 원하지 않았다.

나는 강박적으로 아침마다 약을 먹었고,

조금이라도 불안해지면 ‘비상용 약’을 삼켰다.


회사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도 하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수면제를 삼키고 깊은 잠 속으로 도망쳤다.


그 시기, 만나던 남자친구에게도

내 상태를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

사귄 초반에는 대충 털어놨지만,

복귀 후 심각해진 내 상황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모른 채로,

내가 의욕 없고 게으르다며 이별을 통보했다.


이별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해방감이 밀려왔다.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낸 느낌이었다.

그의 문자를 본 뒤,

나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미련없이 버렸다.


그때의 나에게 연애는 사치이자 부담이었다.


나는 연애뿐 아니라

사람과의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해방이 곧 고립을 의미하더라도,

나를 짓누르는 것들과 싸우기 위해선

모든 방해를 피해야 했다.


이 병은 결국,

나 혼자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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