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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DIVE

제2막 네 번 째 이야기

by 라라클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A를 마주쳤다.

심장이 쿵 내려 앉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했다.


그녀는 나를 봤지만 모른 척했다.


"그럼 그렇지. 이제 인사는 하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나는 이미 끝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는 두려울 것도 없었다.


그날, 동네 언니와 대화를 나눴다.

언니는 나에게 말했다.

"남자친구보다 반려동물이 너에게 더 큰 위로가 될 거야."

나는 '백호' 이야기를 꺼냈지만,

언니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을 추천했다.


그 말에, 문득 예전 심리상담사의 조언이 떠올랐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나는 끝을 떠올리면서도, 내 안 어딘가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강아지를 데려온다는 건 곧 이별을 함께 데려오는 일이었다.

최대 15년 남짓의 수명을 가진 존재는 분명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다.

그 생각에 무섭고 두려웠다. 또 하나의 상처가 될까 봐.


나의 고민을 듣고 서울에 살던 친동생이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와 나를 도와줬다.

여러 보호소를 함께 돌아다녔지만,

나이가 많거나 상처가 깊은 아이들뿐이었다.


동생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나가 지금 우울한데, 더 우울한 존재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보호소 겸 펫숍이었다.

그곳엔 보호 중인 강아지는 없다며, 막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을 보여주었다.

“아니요, 저는 직장인이라 혼자 사료를 먹을 수 있는 강아지를 원해요.”


마음을 접고 발길을 돌리던 그때였다.


플라스틱 케이지 안에서 베이지색 푸들이

탁탁탁, 미친 듯이 벽을 치며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자신을 안아달라고, 봐달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듯한 눈빛이었다.


펫숍 주인은 내가 케이지 앞에 멈춰서자 망설임 없이 그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이 친구는 4개월 됐어요. 그냥 싸게 줄게요. 데려가요.”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동생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시라고 했다.

부모님과 동생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 아이가 네게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그렇게, 나는 강아지를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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